하노버에서 '이웃사촌'…"마음도, 연주도 잘 맞아요"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한 대의 피아노 위에 피아니스트 손열음(27)과 김다솔(24)이 나란히 앉았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작곡가 장-폴 프넹의 '1930년 파리의 추억' 중 피아노 이중주.
두 사람의 꿈 꾸듯, 떠다니는듯한 연주는 이 곡의 제목처럼 1930년대 파리 길거리를 배회하는 자유롭고 젊은 연주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들은 이날 피아노 위에서 낭만적이면서 멜랑콜리한 정서가 흐르는 파리 밤거리를 여행했지만, 이들의 인연은 독일 하노버 거리와 더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모두 현재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교수를 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이맘때쯤 김다솔이 손열음의 집 바로 옆 건물로 이사 오며 '이웃사촌'이 됐다.
지난 27일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이들은 전날 무대를 끝내고 피곤할 법도 했지만, 시종일관 서로 장난을 치며 즐겁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김다솔은 세 살 위 손열음을 '누나'라고 불렀지만 거의 '친구' 같은 모습이었다.
특별히 친해진 계기를 묻자 두 사람에게 다가온 '일주일'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라이프치히에서 하노버로 이사하고도 오랫동안 누나랑 시간이 엇갈려서 서로 못 만났어요. 그러다 우연히 일주일 정도 서로 시간이 맞을 때가 있었죠. 그때 정말 매일같이 붙어 다녔습니다. 그냥 너무도 잘 맞았어요." (김다솔)
"하노버에 있을 때는 한국 유학생 친구들이랑 거의 밤마다 만나게 되는데, 그 무리에 다솔이가 들어오게 된 거죠. 같이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며 일주일 만에 급격히 친해졌어요." (손열음)
대관령국제음악제 측에서 손열음에게 '두 대의 피아노 연주'를 제안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아는 피아니스트가 없느냐고 음악제 측에서 물어왔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아 한 달 정도 대답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딱 다솔이랑 친해진 거죠. 바로 다솔이를 '섭외'하게 됐습니다. 하하."
이들 스스로 말하듯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연주 스타일과 개성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 피아노 위에서 두 사람의 연주는 더 매력적으로 어우러졌다.
손열음은 "연주 스타일이 비슷하거나 정반대이거나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경험상 피아노 이중주는 마음이 잘 맞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연주도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주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들에겐 음악적 공통분모도 많다. 올해의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서 바흐부터 재즈, 현대음악까지를 들려주는 김다솔, "세상의 모든 피아노곡을 맛보고 싶다"고 말하는 손열음, 두 사람 모두 음악에서 무척이나 탄력적이고 유연한 모습이다.
이들이 연주한 '1930년 파리의 추억'도 이번 연주회를 위해 작곡가가 새롭게 다듬은 곡. 작곡가도 급하게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연주 중 두 사람의 손이 부딪히는 등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호기심과 재능이 넘치는 이들은 막 완성된, 그렇기에 조금은 거친 곡을 즐겁게 준비하고 연주했다.
손열음과 김다솔이 피아노 이중주로 장-폴 프넹의 '1930년 파리의 추억'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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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음 달 3일 또다시 함께 대관령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초연 100주년을 맞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서로 닮고 싶은 점이 있는지 물었다.
"누나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음악 외적인 지식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어요. 작품을 보는 범위가 다른 연주자들과 완전히 다릅니다. 작곡가와 작품뿐 아니라 배경, 역사에까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요. 그게 다 어우러져 연주가 탄탄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김다솔)
"무엇보다 다솔이 연주에는 확실히 '성깔'이 있어요. 연주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딱 있죠. 그 점이 너무도 좋아요." (손열음)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8 08: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