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빅스.달샤벳 등.."논란 후 인기는 잠깐, 실력 뒷받침돼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크레용팝은 최근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신곡 '빠빠빠'를 발표하자 소속사 대표가 트위터에서 이 사이트를 언급하고, 일부 멤버가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비칠 수도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난의 표적이 된 것.
그러나 이들은 전작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 '댄싱 퀸(Dancing Queen)' 등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과는 달리 논란이 점화된 후 오히려 음원 차트가 요동치는 경험을 했다.
'빠빠빠'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발표 2주가 지나도록 100위권 아래에 머물렀지만, 지난 8일 100위권에 진입한 이후 급상승을 반복해 24일에는 10위까지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최근 스타들이 말 한마디, 글 한 줄로 잇따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설에 오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은 논란 후 되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사례가 눈에 띈다.
'빠빠빠'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가 포인트인 댄스곡. 크레용팝은 기존 걸그룹의 공식에서 벗어나 우스꽝스러운 헬멧에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껑충껑충' 뛰는 차별화한 퍼포먼스로 뒤늦은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들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인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영상은 라이브 밴드나 실력파 보컬리스트의 공연이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 성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의외의 웃음을 안겨줘 화제를 모았다.
크레용팝의 관계자는 "2-3주 전부터 갑자기 많은 인터뷰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일베' 논란 후 크레용팝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다"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베' 논란이 크레용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여기에 헬멧을 쓰고 뛰는 안무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심한 콘셉트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같은 성적을 냈다는 설명이다.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의 황현창 대표는 앞서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자신이 '일베'에 방문한 사실을 해명하고자 했다.
그는 "크레용팝의 콘셉트 역시 틈새와 틈새를 찾아 공략한 것"이라며 "우리는 대형기획사도 아니고, 유명 걸그룹도 아닌 이제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다. 무엇을 노리고 조장하고자 특정 사이트나 세력에 치우칠 여유는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가요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중과 더욱 적극적인 스킨십을 시도하는 신인 그룹에게서 더욱 그렇다.
그룹 빅스는 "30일 첫 번째 미니 음반의 리패키지 앨범 '지킬(Jekyll)'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전한 같은 날 공교롭게도 1년 전 유튜브 홍보 영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멤버가 일본 거리에서 욱일승천기가 연상되는 문양이 들어간 모자를 쓰고 일본 거리를 걷는 영상이 입방아에 오른 것.
소속사인 젤리피시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을 진화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리패키지 앨범 발매 소식은 더 많은 이의 귀에 들어가게 됐다.
또 걸그룹 달샤벳은 신곡 '내 다리를 봐'에서 특수 제작한 치마를 열었다 닫는 동작이 포인트인 '먼로춤'을 선보였다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일자 안무와 의상을 수정했다. 춤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 곡은 멜론에서 5위까지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 다리를 봐'라는 파격적인 제목과 함께 다리를 강조한 콘셉트 중 하나가 안무일 뿐"이라며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소속사는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의도한 것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잠깐의 이슈를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 가요 홍보 전문가는 "논란이 일어난 후 이들의 노래가 좋다거나 다양한 '끼'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인기는 잠깐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를 이어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6 10: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