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전송 제도 관찰…지상파-케이블 분쟁 해소방안 모색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25일 "지상파 방송과 종합유선방송국(SO)간 재전송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재전송 규제를 위한 법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위원장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버뱅크에 있는 월트디즈니 본사를 방문, 벤자민 파인 글로벌 마케팅부문 사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내 방송법에는 KBS1, EBS, 보도전문채널 2개 이상을 의무 재전송 채널로 규정하는 조항 외에는 재전송에 관한 구체적 규제조항이 없다.
미국은 지상파 방송사가 SO와 협상에 앞서 ▲ 의무 재전송 채널 편입 ▲ 재전송 동의 후 재전송료 협상 등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BC 등 대부분 메이저 방송사들은 재전송 동의를 선택한 후 '성실 신의' 원칙에 따라 SO들과 재전송 대가산정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
그동안 미국 지상파방송사들은 재전송 협상에서 금전적 대가보다는 자사가 운영하는 다른 채널의 패키지 전송 등을 요구해왔으나 최근 들어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금전적 대가로 선회, SO와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내 재전송 갈등 사례로 지난 2010년 ABC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SO에 방송송출을 중단, 시청자들이 일시적으로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SO들이 ABC, 폭스, NBC, CBS 등 5대 메이저 지상파 방송을 패키지로 묶어 가입자당 월 18달러를 받으면서도 지상파 방송에는 전혀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월트디즈니그룹은 지난 1996년 지상파 방송사인 ABC를 인수, 미디어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파인 사장은 "직접 SO들과의 재전송 협상 실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지상파 방송과 SO들이 재전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최근 미국 방송계 현황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은 77개 권역별로 SO들이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과는 방송 환경이 다르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재전송에 관한 법령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의 경영악화에도 ABC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둠으로써 지상파 방송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인 사장은 "IT 등 새로운 기술과 편성전략을 수용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해 온라인, 모바일, 지상파방송 등 플랫폼에 관계없이 공급한 것이 최대 수익창출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엔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은 "한국은 세련된 시장이며 기술발전이 빨라 미디어분야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면서 "LG, 삼성 등 한국기업과의 함께 성장할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6 09: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