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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 우정의 원조 ⑥ 참전기록 한자리에

posted Jul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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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한국전 상흔 200여 전시품에 고스란히 남아

 

작년 개관 이래 아키노 대통령 등 관람객 2천 명 방문

 

 

(마닐라=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포트 보니파시오. 마닐라 공항과 인접한 이곳에 지난해 3월 2층 규모의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참전국에 대한 우정의 원조로 인재개발센터와 함께 한국 정부가 전액들 들여 지은 이 기념관은 외부 기념탑과 105㎜포 전시, 내부 전시, 한국관련 도서관 등으로 꾸며졌다.

 

한 무리의 필리핀 초등학생이 견학을 마치고 돌아간 지난 16일 오후 기념관을 찾았다. 필리핀 국기와 태극기가 펄럭이며 반갑게 인사했다.

 

포탄, 철모, 반합, 수통, 전투복, 계급장, 빛바랜 사진, 누렇게 변한 잡지….

 

200여 점을 헤아리는 한국전쟁 당시의 무기와 전투장비 등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이 얼룩진 전시품에는 60여 년 전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기념관 지붕 위로 쉴 새 없이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가 지나는 바람에 '부아앙' 소리가 진동하다 보니 전시실 분위기는 마치 6·25 당시 전투비행기의 폭격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미리 와 기다리던 기념관 큐레이터인 마크 R. 콘데노(35) 씨가 반갑게 맞는다.

 

그는 기자의 방문 소식을 듣고 참전용사 메이저 영(91) 씨와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최근 눈을 감은 조니 빌라산타 씨의 아들 알트 빌라산타(58) 씨를 불렀다.

 

콘데노 씨는 "개관 이래 지금까지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양국 수뇌와 관계부처 장관, 필리핀의 초·고등학교 학생들, 한국인 관광객 등 2천여 명이 다녀갔다"며 "기념관은 전쟁의 기억을 통해 양국 우호 증진과 우정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념관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패를 보냈고, 기념관은 이 증표를 현재 기념관 중앙 전시대에 진열해놓고 있다.

 

빌라산타 씨도 "후손이 만나게 될 이곳의 전시품들은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교훈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의 부친은 메이저 영 씨와 함께 1950년부터 2년 동안 선발대로 참전했다. 일간지 '이브닝뉴스'의 종군기자였던 아버지는 한국전쟁을 필리핀 국민에게 생생하게 알려줬다.

 

귀국해 기자로 계속 활동했고, 참전용사들의 인터뷰와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 정전 이듬해 '데이트라인 코리아-필리핀 군대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의 후유증으로 청력을 서서히 잃어 말년에는 말까지 못하고 누워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전쟁의 참상을 후손에게 알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취업을 하지 않고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민간 사학자가 된 그는 현재 필리핀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전쟁을 소개하는 블로그(www.peftok.blogspot.com)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참전기념관이 건립되자 아버지가 당시 찍은 사진 200여 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마주앉은 빌라산타 씨는 필리핀 군대의 한국전 참전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1950년 8월 파병법을 통과시킨 뒤 유엔과의 약속대로 한국전쟁 개전 한 달 반 만인 1950년 9월 19일 전투부대(Battalion Combat Teams)를 보냈다. 이후 1954년 4월까지 7천420명을 파병했다. 필리핀 전투부대는 'PEFTOK'(Philippine Expeditionary Forces to Korea)로 불렸다.

 

제10 기동타격부대를 선발대로 내세워 제20, 제19, 제14 전투부대가 각각 1952년 4월, 1953년 3월, 1954년 4월, 1955년 5월까지 참전했다.

 

이들은 서둘러 조직한데다가 단기간의 기초훈련만을 받고 파병됐지만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연천군의 율동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는 등 용감하고 지혜롭게 잘 싸웠다. 특히 제10 기동타격부대의 4월 21∼22일 율동 전투 이후 연합군은 가까스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할 수 있었다.

 

필리피노 병사들은 유엔군이 임진강 북쪽 38선 서부 경계 지역에 만든 40마일의 방어선 가운데 3마일을 분담했다. 매복용 굴을 파고 기관총을 설치, 적군과 교전해 승리하는 등 당시에는 '작은 호랑이'로 불렸다.

 

피델 라모스 대통령은 1952년 제20 전투 소대장(중위)으로 참전했고, 이후 4성 장군으로 필리핀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거쳐 1992∼1998년 대통령을 지냈다.

 

아바트 전 국방장관, 기다야 전 주한 대사 등도 참전했으며 아키노 대통령의 부친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종군기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필리핀군은 112명이 전사했고 299명이 부상했으며 6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현재 필리핀 내에는 2천여 명의 참전 용사가 생존해 있고, 이들은 참전용사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초청해 발전상을 보여주는 '재방문 사업'을 비롯해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보은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도 2000년 8월 9일 대통령성명서(353문서)를 통해 9월 7일을 한국전 참전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빌라산타 씨는 아버지가 남긴 말로 1시간이 넘는 필리핀 참전사를 대신했다.

 

"병상에서 88년 서울올림픽을 TV로 시청했어요. 아버지는 '모든 것이 폐허가 됐고, 회색 기억밖에 없는데 어떻게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느냐. 말이 안 된다. 필리핀이 개최한다면 몰라도. 참으로 놀랍다'고 머리를 저으며 믿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수도 없이 말씀하셨어요."

 

필리핀 참전기념관 전경.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0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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