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들 "연예인 매너 교육 힘써"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말 한마디, 글 한 줄, 순간의 표정도 주의해야 하는 세상이에요."
요즘 음반기획사 직원들이 곧잘 토로하는 말이다.
연예인들이 방송 등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 한 줄, 각종 행사에서 포착된 모습 등 무심코 한 행동들이 구설에 휘말리고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기획사들은 "평소에도 연예인들의 말과 태도에 주의점을 강조하지만 별일 아닌 일이 논란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당혹스럽다"며 "인터넷에서 매일같이 터지는 논란이 남일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온라인에서 연일 연예인들의 크고 작은 논란이 일어나는 배경을 짚어봤다.
◇'정색 논란' '일베 논란'..잇따른 구설 = 최근 씨스타 효린은 팬사인회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팬들을 대했다며 '정색 논란'이 일었다. 일부 팬들은 효린이 "365일 웃을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며 효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구설에 오른 효린은 지난 16일 씨스타 공식 트위터에 "팬사인회 일로 의도치 않게 실망스럽게 해 드려 죄송하다"며 "팬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말한 행동은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고 사과글을 올렸다.
또 에프엑스 설리도 지난 16일 난데없는 '중국어 욕'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상하이 아시안 드림컵 편'에서 설리가 중국어로 된 욕을 하는 목소리가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SBS 관계자는 "설리가 주변에서 들린 말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 방송된 것 같다"며 "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편집 없이 방송한 것은 제작진의 실수다.
앞으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방송인 안선영 역시 지난 17일 방송된 MBC TV '라디오 스타'에서 "난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는 말을 했다가 결국 트위터에 "자극적이고 실망스런 멘트가 있었다면, 진심 팬심에 상처를 드렸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릴게요"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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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프엑스 설리
걸그룹 크레용팝은 보수 성향 인터넷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나온 전직 대통령 비하 표현을 썼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멤버들이 동영상 '크레용팝TV'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멤버에게 "쩔뚝이 아니에요?'라고 말한 장면이 문제가 됐다. 앞서 이들은 트위터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베에서 비하하는 표현인 '노무노무'를 썼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켜 한층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 5월에는 시크릿 전효성이 '민주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민주화'는 일베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 전효성은 트위터 등에 재차 사과했지만 파장은 컸다.
이처럼 순식간에 확 끓어오르는 논란은 포털사이트와 SNS 등 온라인상에서 연일 터져 나온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가 티아라가 트위터에 '의지의 차이'란 글을 올리며 촉발된 멤버 화영의 '왕따 논란'"이라며 "어찌 보면 멤버간 불화로 끝날 일인데 사회적인 문제인 '왕따' 사건으로 번지며 티아라 이미지와 활동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아이유가 슈퍼주니어 은혁과 찍은 사진이 유출돼서,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미투데이에 귤을 봉투에 싸서 차창 밖에 매달아 놓은 사진을 올려 곤욕을 치렀다.
◇연예인 불씨 제공..미디어·대중심리 복합작용 = 연예계는 일차적으로 연예인 개인의 경솔한 행동이 불씨를 제공한다고 꼽았다.
한 신인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는 "지금은 연예인들이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여서 이들의 글과 사진 등이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대중에게 노출되는 방송, 온라인 공간에서 무심코 한 행동들이 일차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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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안선영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논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몇 가지 경로를 거친다는 점에서 이들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연예인의 말, 글, 행동→연예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며 악성 댓글 양산→수많은 연예 매체가 댓글 등을 바탕으로 '논란'으로 기사화하면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런 탓에 일부에서는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미디어가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한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바일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 및 소비되는 시대에서 매체의 뉴스 생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일부 매체는 작은 사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생존한다. 가십이 너무 많이 생산되다 보니 대중도 둔감해져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미디어의 역할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예계에서는 스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과거보다 한층 날이 서 있다는 아쉬움도 토로한다.
한 홍보대행사 이사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불확실성과 경쟁, 위험 등이 우리 사회를 예민하게 만든다며 '히스테리의 도시(City of hysterie)'라고 표현했듯이 대중의 악플은 섬뜩할 때가 있다"며 "'마녀사냥' 식 악플로 낙인찍히면 스타들은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기획사들은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연예인들의 '매너' 교육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한 음반기획사 본부장은 "데뷔 전부터 정치, 종교, 우리와 다른 문화 등 예민한 영역과 개인의 취향의 문제에 대한 말과 글은 SNS 등 공개적인 영역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가이드 라인을 조언한다"며 "이는 대중에게 주목받는 연예인이어서기도 하지만 기본 매너라는 생각에서다. 강사진을 초청해 태도와 매너 교육을 하는 기획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9 11: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