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10주년 맞아 학술대회 여는 깅용진 재미한국학교협의회장
(하와이=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이민 100주년에 이어 110주년에도 미국 전역의 한국학교 교사들이 하와이에 모인 것은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사 못지않게 중요한 이민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강용진(60·여)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회장은 제31회 NAKS 학술대회 및 총회 개회에 앞선 17일(현지시간) 대회가 열리는 미국 하와이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인 1.5세, 2세, 3세들은 앞선 세대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곳에 정착했는지를 앎으로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국 내 한국학교 교사 450여 명이 모이는 이번 대회는 미주 한인 이민사의 시초 격인 시작된 하와이 이민 110주년을 맞아 '이민 110주년과 한국학교'를 주제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힐튼하와이안빌리지에서 열린다.
10년 만에 다시 하와이를 찾은 것은 흑인들이 '투쟁의 역사'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찾듯 한인 후손들도 이민사를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강 회장의 설명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 취임한 강 회장이 처음으로 주최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그는 "교사들이 자신의 교수법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우수 사례에 대해 시상하는 방법을 구상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시상이 어렵게 됐다"면서 "단지 좋은 강의를 듣고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사가 스스로 연구하고 발표해 참여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회를 바꿔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1997년 미시간대로 유학을 갔다가 미국에 정착한 그는 특수교육 석사,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오하이오주 티핀의 하이들버그대 교육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20여년간 한국학교에 몸바쳐왔다.
"그동안 한국이 많이 발전하면서 부모가 권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고 프라이드를 갖게 됐어요. 한국학교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많이 변했지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프로젝트, 협동학습 등을 통해 한인 자녀들이 스스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게끔 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 회장은 최근 정부 주도의 세종학당과 한국학교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에 따라 부처 간 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학교는 누가 시켜서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고 필요에 의해 봉사로 시작된 조직이며 이제 와서 누군가 한국학교의 기준, 교사의 자격을 논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을 헌납해가며 지켜온 한국학교를 한국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한국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어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한국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고 이를 보급하는 곳으로서의 세종학당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위해 한국학교가 이미 잘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강조하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그는 "다만 한인 차세대 정책이 이들을 거주국의 시민으로 인정하되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겠다는 것인지, 한국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취지를 더 고민하고 토론해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 서영길 주 호놀룰루 총영사 등이 참석하며 한국학교 학생들의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종이문화재단의 우리 종이접기(Jongie Jupgi) 특강·연수 등이 진행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8 18: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