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서 비석 발굴…"두 강국 사이 여왕 권력쟁투"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고대 마야 비석에서 이집트 클레오파트라가 연상되는 여왕의 권력암투기가 발견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프라이델 교수팀은 과테말라 북부의 엘 페루-와카 유적지에서 서기 564년 때의 유물로 추정되는 마야 상형문자 비석을 발굴했다고 미국 NBC방송과 사이언스데일리가 18일 보도했다.
'44번 엘 페루 비석'으로 명명된 이 유물은 인근 두 왕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킨 와카 왕국의 여왕 '이쿰(Ikoom)'과 그 가족의 권력쟁투를 기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야 유적에서 이처럼 역사적 격변기를 생생히 기술한 유물이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프라이델 교수는 설명했다.
야심과 생존욕으로 똘똘 뭉친 이쿰은 로마와 이집트 사이를 오가며 권력투쟁을 벌인 클레오파트라 여왕과 비슷한 인물로 보인다.
멕시코와 과테말라가 근거지인 마야 문명은 중앙집권제인 잉카와 달리 도시국가의 흥망이 거듭된 체제로 통일된 적이 없다.
연구진의 해석에 따르면 서기 6세기 와카 왕국은 인근 두 왕조인 티칼(Tikal)과 뱀왕국(Snake Lords)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애초 티칼의 속국이었다.
뱀왕국의 자손인 이쿰은 정략결혼에 따라 티칼의 일원이던 남편 착 툭 이차악('붉은 불꽃 발톱'이라는 뜻)과 혼인해 와카 왕국에 정착했다.
서기 556년부터 주변 정세는 요동쳤다. 티칼이 점차 쇠약해지고 뱀왕국이 융성하면서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 시기 이쿰의 남편은 뱀왕국의 속국으로 돌아섰다가 티칼 군주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쿰은 이런 격변기를 용케 견뎌냈고, 아들은 와카 왕국의 왕위를 계승했다. 남편을 죽인 티칼 군주는 서기 562년 뱀왕국 쪽에 붙잡혀 목숨을 제물로 내놨다.
이쿰과 새 왕은 티칼 군주가 처형된 지 2년 만에 이번에 연구진이 찾아낸 비석을 만들었다.
이쿰은 비문에서 두 왕조의 미묘한 관계 사이에 아들의 즉위를 정당화하려고 지혜를 짜낸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 남편 측 티칼의 피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는 대목과 정작 자신은 뱀왕국 사람이라는 내용을 교묘하게 섞었다.
프라이델 교수팀의 이런 해석은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는 이 얘기와 관련해 추가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8 15: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