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예병사 누가 가겠나" vs "지원 기회 잃어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현역으로 가도 구설에 휘말릴 텐데 이제 누가 연예병사를 지원하겠나. 차라리 잘됐다."
연예계는 국방부가 연예병사 제도를 시행 16년 만에 전격 폐지한 데 대해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5일 SBS TV '현장 21일'을 통해 연예병사들의 복무 실태가 전파를 타자 민심이 들끓었고 국방부가 18일 국방홍보지원대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폐지를 결정한 데 따른 반응이다.
소속 연예인을 연예병사로 복무시킨 한 기획사 대표는 "연예병사들도 말 못할 고충이 있지만 일반 병사와 비교하면 특혜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군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냉정하고 날카로운 만큼 이같은 논란이 재현될 바에야 없애는 게 맞다. 군 복무 기간도 20개월인데 연예인도 똑같은 기준으로 복무하는 게 맞다"고 동조했다.
소속 연예인의 입대를 앞둔 한 음반기획사 홍보실장은 "예전에는 현역으로 입대하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현역으로 가도 연예병사일 경우 색안경을 끼는 상황이 됐다"며 "방송을 통해 국방홍보지원대 내부 실태가 만천하에 알려졌는데 앞으로 어떤 연예인이 연예병사로 가려 하겠느냐"고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또 일부에서는 그간 국방부가 연예병사라는 제도를 통해 연예인들을 과도하게 활용해 애초부터 연예병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이사는 "연예병사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환영이다"며 "일반 병사로 성실히 복무하는 게 낫다. 연예인이 연예병사로 신청하지 않아도 수익성이 있으면 차출됐다고 들었다. 대중으로부터 욕을 먹는 측면도 있지만 수입적인(영리적인) 부분에서 무방비로 활용되고 이용됐기 때문이다. 팬들은 보고 싶어서 그 연예병사의 공연에 가겠지만 퀄리티가 낮은 공연이어서 연예인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온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연예병사로 전역한 한 가수 역시 "1년에 200개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며 "트렁크를 들고 여러 지방을 이동하면서 공연하고 사인회를 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해온 속사정을 알면 조금은 수긍해 줄 것 같은데 우리만 뭇매를 맞으니 속상했다. 주위 동료에게 연예병사는 절대 가지 말라고 조언하곤 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연예병사 제도 폐지는 향후 입대를 앞둔 남자 스타들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연예인들은 공백기에 활동의 연속성이 가능하고 재능을 살리면서 군 복무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연예병사, 공군 군악대 등을 택했다.
다수 배우와 가수가 소속된 기획사 실장은 "일부 연예 병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연예병사를 지원할 계획이던 다른 연예인들이 선택조차 못 하는 피해를 본 것 같다"며 "이 제도는 대중의 시선을 받는 연예인들끼리 내무반 생활을 하고 재능을 살린 임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이었는데 아쉽다"는 의견을 냈다.
일부에서는 과거부터 연예계에서 간간이 터져 나온 연예인들의 군 회피, 입대 비리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과거 몇몇 연예인들은 공백기에 대한 부담 등으로 군 복무를 기피하려고 입대 비리에 휘말리곤 했다"며 "대다수 연예인들은 이제 '군 복무는 필수'란 인식이 팽배하지만 극히 드물게 연예병사 제도가 차선책이라고 여긴 경우 한층 지능적으로 기피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8 11: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