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친선병원에 파견된 새내기 KOICA 단원
(카비테주<필리핀>=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처음에는 봉사를 '헌신'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어요. 봉사는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요."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서부 쪽으로 45㎞ 떨어진 카비테주에서 대중교통 수단인 지프니를 타고 "코리안 뽀(PO·존칭)" 하면 내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트레세 마트레스시에 있는 '한·필리핀 친선병원'. 이 나라 사람들이 병원을 지어준 한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애칭이 병원 이름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병원에 지난 6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파견된 간호사 최정미(28·여) 씨는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기술진 등 669명의 인력 가운데 환자를 돌보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병원 사후관리를 위해 동양대학교 기술진이 나와 있긴 하지만 이들은 최씨처럼 봉사가 목적이 아니다.
16일 병원에서 만난 최씨는 "약간의 경력은 있고 결혼을 앞둔 나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평소 생각하던 봉사를 하고 싶어 훌쩍 떠나 왔다"며 "앞으로 2년 동안 이곳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싶다"고 새내기 봉사단원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살면서 봉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주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돌아올 것이라고 조금은 사치스러운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2007년 부산대병원에서 간호사로 1년간 근무했다. 이듬해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해 2009년 창원시 상일초교 보건교사로 부임한 데 이어 팔룡초교로 전근, 만 4년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휴직계 내고 해외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상반기 KOICA 봉사단원에 응모했다가 한 차례 낙방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도전해 합격, 올해 초 국내 교육과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치고 이 병원에 파견됐다.
한·필리핀 친선병원은 KOICA가 지난 2002년부터 10여 년 동안 3차례에 걸쳐 780만 달러(약 87억3천678만원)를 투입해 신축한 것이다. KOICA는 의료 기자재를 제공하고 인력을 파견하는 등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3차 지원사업인 공중보건센터도 최근 완공됐다. 최씨는 이 센터에서 질병 예방, 보건교육, 산전간호는 물론 학생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증진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이 병원은 설립 당시에 비해 2013년 현재 외래환자가 8.7배 증가한 연간 6천574명, 입원환자는 14배 늘어난 3만4천990명으로 지역주민으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은 인구 284만 명의 공업도시로, 한국 투자기업이 많이 있는 카비테 수출자유지역 근처에 있어요. KOICA가 기존의 주립 아기날도병원의 한 시설로 건축했는데, 환자가 늘어나면서 주립병원이 거점병원으로 면모를 일신하게 됐죠. 지금은 필리핀 전체 공공병원 순위에서 8위의 위상을 자랑합니다."
최씨는 "이 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임산부와 아이들을 돕는 병원, 치료비가 싼 병원 등으로 소문이 나 지역주민 대부분이 찾는 병원"이라며 "이 병원의 존재가 주민에게 '축복'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국내 병원에서 단기봉사 활동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보건교육을 해봐야 알겠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많은 용기를 얻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병원 관계자들이 한국의 보건교육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부러워하고 있지요. 보건 교과서를 보고 싶어해 한국에 요청해놨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곳 초등학교 교사들을 초청해 보건교육을 해볼 생각입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7 13:5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