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학교에서 남북한 말 함께 가르쳐야"
(용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2천400명을 넘던 학생 수가 이제는 600명에 불과합니다. 한족학교로 옮기는 아이들을 붙잡으려면 학교의 교육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재외동포재단의 '2013 중국지역 조선어교원 초청연수'에 참가한 장리나(51·여) 지린성 용정고등학교 교사는 15일 경기도 용인의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어와 조선어를 병행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조선족이 늘어나고, 한류의 영향으로 가정마다 한국 TV를 즐겨 시청하다 보니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말은 '한국말'이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말은 평양말인 '조선어'인 실정.
장 교사는 "학생들은 한국말을 더 배우고 싶어하지만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려면 입시과목에 '조선어'가 있기 때문에 교실에서는 조선어를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조선족 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도 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곳은 아직 없다.
장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변화의 요구가 있지만 미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과도기"라며 "현실에 맞게 우선 한국어와 조선어를 병행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사는 조선족들이 한국과 중국의 연해지역으로 돈을 벌려고 이주하면서 조선족 사회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생률 감소까지 겹쳐 학생 수는 급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교과서가 전부 개정됐어요. 그런데도 조선말 번역본의 출간이 늦어지다 보니 중국어로 된 교과서로 수업하는 형편이에요. 교육의 질이 낮아져 한족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생이 늘어나 이웃한 한족 고등학교 학생의 절반은 조선족입니다."
조선족학교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장 교사는 개혁개방에 따른 우수 교사들의 이직, 부모들의 취업 이민·이주에 따른 가정교육의 부재, 학생 수의 감소를 꼽았다. 문을 닫는 조선족학교도 늘고 있어 하루속히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장 교사는 "조선족은 중국 내 교육열이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고 문맹률은 가장 낮은 것이 자랑이었지만 이대로 가면 자치주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한때 융성했던 회족(回族)과 만족(滿族)이 이제는 한족화돼 유명무실해진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선어교원 초청연수에 처음 참가한 그는 보름간의 연수 가운데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지 학교 참관수업과 문화체험을 들었다. 선진 교육 현장 견학을 통해 학교에 도입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조선어와 한국말은 여러모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현지에서는 한국 TV를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될 때를 대비해 조선어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장단기 초청 연수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5 16:3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