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소탈하고 아름다운 소신의 빛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 위원장
난산 끝에 빛을 본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법)이 졸속입법 논란 등으로 때아닌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소신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반대'라는 낙인을 감수한 채 적용대상을 대폭 확대한 정무위안 반대에 총대를 메왔다. 이 과정에서 당의 공식 입장과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존중, 3일 울며 겨자먹기로 법사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렸지만 본회의 표결에도 불참했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 위원장 프로필
-변호사
-새정치민주연합 과학기술특별위원장
-제17,18,19대 3선 국회의원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대표
-사)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이사장
-국회교통안전포럼 대표
율사 출신의 3선의원인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 1월 정무위안이 법사위로 회부됐을 때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상정을 보류, 2월 국회로 법안 처리를 넘긴 뒤 법안 내용 수정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김영란법 처리 과정에서 이 위원장의 사무실에는 "왜 딴죽을 거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지만, 본회의 통과 후 법안의 허점과 부작용 등이 하나둘 알려지자 "소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는 격려성 전화도 보태졌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한 언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협박성 전화에서부터 욕설섞인 항의까지 사무실로 많은 전화가 왔고, 인터넷 댓글을 통해 '반개혁적'이라는 꾸지람도 많이 받았다"라며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법 수정 필요성을 계속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여론의 압박 때문에 법사위에서 결함투성이법을 서둘러 졸속입법한데 대해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계속 할 말은 하겠다"며 법 시행까지 남아있는 1년6개월간 김영란법 보안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눈 앞에 있는 99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법정신에 입각, 단단하고 세밀한 '훌륭한 법'으로 가다듬어져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추동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면서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작 국회의원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갔다는 지적과 관련, "선출직 공직자들은 책임을 면할 통로를 만든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딱 십상"이라며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엄격하고 확고한 잣대가 적용되도록 수정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교사와 언론사가 포함된다면, 시민단체와 변호사, 의사, 방위산업체 및 시중은행 등 공익적 영역의 다른 민간부문도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견지했다.
그는 호텔등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의원들 보다, 직무와 고민에 바빠 16일, 국회 직원식당에서 다리를 절며 식사를 외롭게 하는 듯 보였지만 주위에 청렴 소탈하고 아름다운 소신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