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이후 재판매보험 인수총액 288조원 삼성전자에 지원-
- 타기업보다 사고율 高 보험료율 低 사실상 영업적자-
[엄대진 대기자/스포츠닷컴]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의원(산업통상자원위)이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로부터 제출받은‘해외지사 재판매보험 상위10대 업체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재판매보험 지원 실적이 288조원으로 인수총액(503조원)의 55.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해외지사 재판매보험 인수총액의 96%는 상위10대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반면 중소기업 지원 실적은 전무했다. 대기업만을 위한 특혜성 꼼수상품이 무보 보험인수 총액(204조원)의 43%, 단기수출보험(178조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표1 참조]
‘해외지사별 재판매 보험’(이하 재판매 보험)은 국내기업 해외법인의 판매대금 미회수 위험을 무역보험공사가 국내본사와 보험계약 체결을 통해 담보해주는 제도다. 국내본사가 해외법인에 물품을 판매한 다음, 해외법인이 수입업체에 다시 판매하는 거래의 위험을 담보한다고 해서 재판매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보는 대기업 해외법인 소재 국가에서 직접 신용보험 영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다. 따라서 대기업 해외법인과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른바 외국의 보험회사가 보험허가 없이 자국에서 영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역외보험(Cross-Bord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본사를 경유하는 다단계 간접계약을 통한 꼼수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의 실질거래는 현지법인과 수입업자 간 판매대금 미회수 담보이기 때문에, 외국 신용보험사가 언제든지 역외보험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
재판매보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되었다. 2008년 11월,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기업들이 해외법인에 대한 재판매보험을 무보에서 지원하도록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에서 재판매보험을 인수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무보의 재판매보험 인수액은 2008년 32조원에서 2013년 88조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3년 기준 상위10대 대기업의 인수액이 전체의 96%인 84조원으로 사실상 대기업 해외법인을 위한 특혜성 상품이다. 특히 상위1위부터 6위까지 모두 IT 대기업들로 인수총액의 93%를 차지한다. 반면 해외법인을 통한 대외거래 비중이 미미한 중소기업의 활용실적은 전무하다.
재판매보험 인수액의 8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다른 대기업보다 사고율은 높고 보험료율은 낮게 책정되었다. 최근 5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고율은 각각 0.09%, 0.1%에 달한다. 2013년 기준 삼성전자의 경우 북미와 서유럽 비중은 27%, LG전자는 3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입업체의 신용도가 낮은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두 기업에 대한 보험료율은 다른 대기업보다 3~10% 저렴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단기수출보험 보험료율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91%)와 LG전자(134.4%)의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 claims ratio)은 다른 대기업 평균 손해율에 비해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3대 신용보험사는 손해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판매, 영업, 관리 등 사업비율(expense ratio)이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업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보험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급보험금에서 채권회수액을 뺀 실보험금이 보험료보다 많아 명목상으로도 보험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사고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27억5200만원에 달하는 무사고 보험료 환급금을 받았다. 무보 재판매 약관(11조)에 따르면, 환급금(No Claim Bonus)은 보험계약기간 동안 이루어진 매출에 보험사고 발생통지가 없는 경우에만 지급할 수 있다. 또한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서 금년 보험료율을 각각 14%, 19% 인하했다.
높은 사고율에도 불구하고 특정 대기업에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하여 보험료율 결정의 형평성도 상실하고 기금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연간 100조원에 달하는 재판매보험은 2009~2010년 대규모 손해(1841억원)에서 보듯,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언제든지 대규모 보험금 지급 우려가 상존한다.
이에 전순옥의원은“현재 전체 수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19%인데 비해, 무보의 중소기업 지원 비중은 단기수출보험의 7%에 불과하다”면서, 이는“재판매보험 인수비중이 공사 단기수출보험 인수총액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큰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재판매보험은 역외금융 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대기업본사와 현지법인의 내부거래로 법인세 탈세나 해외자금세탁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해외법인을 둔 글로벌 대기업만을 위한 특혜성 상품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기업에 대한 인수비중이 전체의 80%를 넘는다”면서“글로벌 대기업의 해외생산 및 판매법인의 리스크까지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보에 1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었다”면서,“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특혜성 보험료율을 현실화하고, 중소기업 수출보험 지원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대진 대기자 lucky0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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