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책임 연구의원: 강득구 국회의원, 최혜영 국회의원)에서는 지난 9일 상호문화 이해를 위한 다문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 추세로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가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국적・연령・특성 등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에 맞는 정책과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이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은 2000년대 전후 결혼이민자 증가로 결혼이주여성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다문화 2세대가 성인이 되는 시기가 도래하였고, 더 이상 기존의 정책으로는 다문화에서 이야기하는 사회통합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다문화의 세계적인 현상과 국내 외국인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 외국인 및 다문화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특히, 현재 다문화 정책은 여가부, 교육부, 문체부, 법무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다루고 있어서 보호‧지원 제도와 서비스가 분절적이고 중복적이다.
이러한 시점에 다문화 2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한 상호문화 정책토론회는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했고, 각각의 삶의 자리에서 느낀 경험과 고마움, 불편함 그리고 정책 제안을 했다. 토론회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고영상 중앙다문화교육센터장이 좌장으로 참여했다.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다문화 인구 1위 지역인 영등포구(전국 3위), 전국 다문화 비율 1위인 경기도에서 추천을 받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동초등학교 4학년 한추향 학생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가 한국인과 다문화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지만 차별도 왕따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중학교, 고등학교에 갔을 때에도 왕따 없는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구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너무 감사해하고 있었고, 외국인 부모님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현유나 학생은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왕따 문제는 다문화 2세대의 학습과 생활, 성장에 해롭다고 주장하며 전면적인 교육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경제적으로 사교육 참여에 제한이 있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센터나 교육기관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문화 2세대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의 차이, 능력의 차이로 취업이 어려운데, 취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우대정책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정부 지원에 감사하고 사회에 재능기부 또는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을 믿는다고 했다.
이어서 구로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찬빈 학생은 감사와 소망이라는 부제로 발언을 시작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기관을 찾았고, 건강가족지원센터 등 이중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한국어를 잘 배워야 교육이 가능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이러한 기관을 잘 알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안산선일중학교에 재학 중인 Nurgashev Adilbek(아딜벡), Khegay igor(허 이고리)학생은 동포 학생들의 체류와 학업 문제를 도와달라며 비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고려인 3세까지는 동포비자(F-4)를 받지만 자녀인 4세는 방문동거 비자(F-1)를 받게 되고, 두 비자의 차이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지적했다. 현행법에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F-4 비자를 받게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전 F-4 비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학생은 F-1 비자로는 특수교육만 받을 수 있고 복지 혜택은 받을 수 없다. 특히, 비자 변경에 필요한 서류 준비에만 6개월이 걸리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미 3세인 부모가 서류로 인정된 상황임에도 4세가 다시 1세대부터 증명해야 하는 검증 절차를 지적한 것이다.
현장에 참석했던 <약자의 눈> 회원이자,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인 고영인 의원과 강민정 의원은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에 공감하며, 법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실행 단계에서 사각지대가 생겼음을 확인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즉각 답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진로・진학지도가 미비해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진학과 취업, 비자 변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잘 알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지 않는 이유 중에는 한국어 실력과 관계없이 어차피 육체노동 이외의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발언을 해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성남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주영 학생은 다문화 가정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료로 문화 공연을 보게 되었을 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이 민감한 시기에는 국적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떳떳하게 행동하지 못했으나, 선생님의 권유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두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그만큼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용기를 내고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주 노동자의 아픔과 고통은 안타까운 소식으로 전해진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낯선 이방인이 아닌,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문제와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환경, 일자리의 질 문제를 이야기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는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차별과 편견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주민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되는 대의정치가 중요한데, 학교 학생회 중에서도 다문화 학생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득구 책임연구의원은 모국에서 배운 지식이 쓸모 없어지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이는 부모를 보며 차별로 느껴진다는 2세들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특히, 차별이나 사회적응이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반문하며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전했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에 참여한 장경태 의원은 “소중한 말씀 잘 들었다. 여가위에도 속해 있는데, 다문화 관련 정책을 잘 살피고 의정활동에도 참고하겠다”라고 전했다.
김민석 대표의원은 케네디와 오바마 대통령의 이야기, 미국으로 향한 이민 2, 3세대 동포들이 한국계 하버드 의대학장을 배출한 이야기를 전하며 “이제 이것은 남의 얘기가 아닌, 여러분들의 미래이고, 또 여러분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상호문화의 시대로 가고 있고, 상호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세가 될 수 없음을 그리고 오늘 참석한 여러분이 대세임을 강조했다. 특히 지금 가지고 있는 상호문화성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약자의 눈>과 소통하며 제기된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발제자 등 일부만 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최혜영, 윤미향, 이원욱 의원도 참여 학생들에게 따뜻한 인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약자의 눈>에서는 이번 상호문화 토론회를 계기로 참여한 학생들을 “특별 학생 정책 위원”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또한, 어제 제기된 문제점들을 확인해 대안을 제시하고 학생 정책 위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며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