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제68주년 국회 개원기념식 기념사
제68주년 국회 개원기념식 기념사 전문
우리 국회가 개원 68주년을 맞았습니다.
헌정사의 굴곡 속에서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대 국회도 이제 마무리되고 20대 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공무원 연금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했던 고비마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합의를 도출해내었습니다.
2년 연속으로 예산안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한에 맞추어 원만하게 처리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세웠습니다.
준공 이후 40년 만에 의사당 정면 출입구를 국민들께 개방하고 잔디광장을 아이들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드렸습니다.
활발한 의원외교를 통해 각국 의회와의 협력 체제를 공고히 다진 것 또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20대 국회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져주셔야 합니다.
모든 결정의 기준을 내년 대선, 다음 총선의 유‧불리에 두는 경우 20대 국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제46조 2항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저는 20대 국회의원 여러분께서 국회의원의 특권은 오직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국민의 혈세인 예산이 잘 쓰여 지도록 감시‧감독하는 것임을 가슴 깊이 담아 의정활동에 임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운영제도 개선도 필수적입니다. 조금 전 국무회의에서 연중 상시국회 운영, 대정부질문제도 개선, 위원회 청문회 제도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 국회법이야말로 국회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었습니다. 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는 국회운영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고유권한이지만, 국회운영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의 기본구조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일로 또다시 국회와 정부 간 대립과 갈등이 벌어지는 듯하여 참으로 유감입니다.
우리 정치 전반이 크게 바뀌어야한다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혁신, 국회개혁을 위한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곧바로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회 가족 여러분, 더 이상 국회 문만 열어놓고 공전하거나, 무쟁점 법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동안의 국회에서는 의사일정마저 협상의 대상이 되다보니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일정을 미리 지정하는 캘린더식 요일제 운영이 꼭 필요합니다.
국회 운영날짜를 여야 협상을 통해 임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날짜에 자동적으로 개최한다면 일하는 국회, 예측 가능한 국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제도를 개선하여 의원윤리를 강화하고, 무쟁점 법안은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개선도 있어야 합니다. 여야를 넘어 국가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고민하며 새로운 국가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국회미래연구원’ 설립도 빠른 시일 내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곧 개원할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공과(功過)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국가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내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되찾는 국회가 되기 바랍니다.
20대 국회가 정치혁신에 앞장서고, 국민 편에서 소통하며, 정말 제대로 일한 국회로 헌정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회 가족 여러분, 이제 저는 이틀 후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떠납니다. 그동안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일 욕심 많은 의장 탓에 고생한 국회 직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의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신다면, 우리 국회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대 국회를 맞이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끝)
2016년 5월 27일 국회의장 정 의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