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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투어에서 활약하던 시절 배상문과 그의 어머니 시옥희씨(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배상문(27·캘러웨이)이 20일 세번째 한국인 챔피언이 되는 순간 그의 어머니 시옥희(57)씨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배상문의 어머니는 석가탄신일 하루 전날인 16일부터 해인사 홍제암에서 밤새 불공을 드렸다.
어머니 시씨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 캐디백을 메고 다닌 '극성 엄마'로 골프계에서 유명하다.
한국프로골프투어를 뛸 때 아들이 경기를 못하면 현장에서 심하게 야단쳐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시씨는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 때는 너무나 절박했다"며 "사춘기에는 아들과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따라준 아들이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들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어느덧 골프 전문가가 된 시씨는 배상문의 가장 큰 단점을 '산만함'이라고 꼬집는다.
시씨는 "타이거 우즈 등 유명 선수들이 다른 점은 그린 위에서 집중하는 것"이라며 "그린을 건성으로 보는 아들의 경기 태도가 가장 못마땅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상문이 올해까지 PGA 투어 출전권을 유지했지만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하려면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시씨는 올 시즌 초 배상문과 함께 미국 대회를 함께 다니다 캐디인 맷 미니스터를 주선해 주고 "시즌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출전하느라 한국을 찾은 배상문이 목 근육 통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시씨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마침 석가탄신일을 끼고 미국 대회가 열리자 해인사를 찾아간 시씨는 "부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씨는 "아들이 이제 PGA 투어에서도 우승했으니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골프장에서 소리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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