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채태인(31)이 연봉 삭감의 시련을 딛고 자존심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태인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도루와 볼넷 하나씩을 기록하고 4타수 2안타를 쳤다.
타점이나 득점이 없어 서운할 수도 있는 성적이지만 가까스로 살아난 타격감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채태인은 지난해까지 2년을 연이어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부산상고 시절 전도유망한 좌완 투수였던 채태인은 2001년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으나 그해 왼쪽 어깨 수술 후 재기에 실패, 2005년 방출당했다.
그러고는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받아 계약금 1억원, 연봉 5천만원의 조건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타자로 전격 전향했다.
고교 시절 화랑대기 우승 당시 타점상을 받는 등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과 정교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타자로 맞은 첫 시즌에서 채태인은 타율 0.221로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적응기를 거치며 조금씩 방망이를 날카롭게 세웠다.
2009년 타율 0.293에 홈런 17개, 72타점 58득점을 쌓은 채태인은 2010년에도 타율 0.292 14홈런 54타점 48득점으로 거뜬히 한 몫을 소화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시련이 찾아 왔다.
2010년 8월 파울 플라이 타구를 잡다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그는 이듬해 뇌진탕 증세와 허리 통증까지 겹쳐 눈물겨운 한 시즌을 보냈다.
2011시즌 타율이 0.220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 시즌에는 같은 포지션을 맡는 이승엽이 돌아와 팀 내 입지까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타율 0.207로 도무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성적은 곧바로 연봉으로 연결됐다. 2년간 부진은 연봉의 대폭 삭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억대 연봉을 받던 채태인은 무려 6천만원(54.5%)이 깎인 5천만원에 올 시즌 삼성과 재계약했다.
심지어는 팀의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기까지 했으나 이는 채태인에게 자극제가 된 모양새다.
채태인은 자신의 부활을 기다려준 팀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즌 초반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주에는 홈런 하나를 포함, 3경기에서 9타수 4안타를 치고 타점 3개에 득점 4개를 쓸어담았다.
채태인은 15일 현재 올 시즌 타율 0.380으로 팀 내에서 가장 빼어난 타격감을 선보인다.
한 차례 풍파를 겪은 그가 올 시즌 '새옹지마'의 반등 스토리를 써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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