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수원 삼성에 진 것도 아깝지만 연고이전으로 안양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FC서울을 꺾을 기회를 날려버린 게 더 아쉬워요"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FC안양의 미드필더 정재용(23)은 지난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아깝게 패배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정재용은 이날 후반 7분 강력한 중거리포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클래식 2위인 '거함' 수원을 빈사상태까지 몰아넣은 골이었다. 자신의 프로 데뷔 첫 골이기도 했다.
그는 "큰 경기에서 첫 골을 넣어 너무 좋았다. 정말 수원을 꺾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당시 기분을 전했다.
안양은 이후 후반 42분 자책골을 헌납하고 연장시간 서정진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정재용은 "선수들도 이날 경기의 의미를 잘 알았기 때문에 리그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많았고 다들 정말 열심히 뛰었다"면서 "열렬히 응원해준 서포터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경기는 10년만에 열린 '지지대 더비'였다.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 고개인 지지대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정재용에게 지지대 더비의 의미를 아느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 안양 LG 팬이었어요"
정재용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진주 봉래초를 졸업한 조광래 당시 안양 LG 감독은 정재용이 다니던 봉래중 축구부를 자주 방문했다.
조 감독이 싸들고 온 안양 LG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으며 정재용은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중학생에게 안양까지 가는 것은 너무 멀어 홈 경기는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진주에서 가까운 광양에서 열린 전남 원정 경기는 빼놓지 않고 찾았다.
정재용은 2004년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했을 때의 상황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말이 연고이전이지 안양 시민에게서 축구단을 빼앗아간 것 아닌가. 서울에서 축구하고 싶으면 새 팀을 만들면 되지 왜 안양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원을 이겨서 다음 상대로 FC서울을 만나 우리 팬들을 위해 꼭 복수해주고 싶었다"면서 "이번엔 실패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용은 고려대 시절 현재 안양에서 함께 뛰는 동갑내기 가솔현과 팀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두 선수는 2009년부터 4년간 고연전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는 기록도 세웠다. 고려대 역사상 4년간 고연전 무패 행진을 벌인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학축구에서 유망주로 각광받았지만 정재용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안양의 우선지명을 받아 2부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억울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정재용은 2부 리그 팀 안양이 자신에게는 중학생 시절부터 선망해온 '꿈의 클럽'이라고 했다.
그는 "한때 우리나라에 프로팀은 안양 LG 밖에 없는줄 알았을 정도였다"면서 "안양에서 프로 선수로 뛰는 게 꿈이었고 그 꿈이 이뤄져 너무 행복했다"며 미소지었다.
현재 안양은 1승2무3패로 리그 꼴찌에 머물러 있다. 내셔널리그 강호였던 고양KB를 흡수한 팀이기에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안양이 선두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정 반대다.
정재용은 "경기는 잘 했는데 집중력 부족으로 어이없는 실점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면서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지만 이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겠다. 8라운드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0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