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겪은 아픔 딛고 '날갯짓' 시작…"팀에서 자리 잡을래요"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절대 지면 안 된다고 다짐했는데…이기고 나서는 후배들에게 간식비 챙겨줬어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공격수 배천석(23)은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숭실대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경기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숭실대 출신인 배천석은 이 경기에서 후반 30분 팀의 승리를 마무리하는 쐐기골을 터뜨려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포항은 조찬호가 2골, 이명주가 1골을 꽂아 대승하며 FA컵 2연패 도전을 향해 첫발을 뗐다.
포항 선수 중 배천석 외에도 김원일, 고무열, 김대호가 숭실대에 몸담은 바 있어 남다른 인연이 있다.
배천석은 "(김)원일 형과 경기 전에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고 얘기했다"면서 "후배들을 상대로 뛰니 색다른 기분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학교 다니는 동안 방을 함께 썼던 홍동현을 특히 아껴 쓴소리도 많이 했다"면서 "마음가짐이나 행동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2학년 때까지 윤성효 감독(현 부산 아이파크 감독), 이후에는 이경수 현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배천석은 올림픽 대표팀에도 심심찮게 이름을 올리던 기대주였다.
올림픽 대표 당시에는 '제2의 황선홍'이라는 말도 들었다.
대학에 다니던 중 2011년 일본 빗셀 고베에 입단했으나, 몇 개월 뛰지도 못한 채 정강이 피로골절로 수술을 받고 약 9개월간 재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결국 지난해 말 일본 생활을 접고 돌아와 포항에 합류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때 '여기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에 돌아오면서는 '이제 일본 갈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런던올림픽 때는 재활 이후 조깅 정도만 하던 시절"이라면서 "경기도 보지 않을 정도로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우여곡절을 겪고 K리그 적응을 시작한 그에게 황선홍 감독과 동료는 누구보다 큰 힘이 됐다.
배천석은 "감독님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노하우도 전해주신다"면서 "터키 전지훈련에서 그대로 해보려 했는데 잘 안돼 여전히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 나면 형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고, 특히 (조)찬호 형, (문)규현이와 함께 따로 슈팅연습도 하면서 친하게 지낸다"면서 팀원들과의 우애도 과시했다.
본격적인 적응을 마치면서 그는 지난달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에서 차례로 '골 맛'을 봤다.
AFC 챔피언스리그 히로시마 원정길에서 넣은 결승골을 최고로 꼽은 배천석은 "팀이 탈락해 아쉽지만,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았다"면서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다"며 정규리그 우승과 FA컵 2연패를 꿈꿨다.
또 "공격수는 로테이션하고 있어 언제 들어가더라도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을 올려 팀에서 자리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9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