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도 광고도 시청률도 썰렁,,,,
2017 프로야구 개막 전 이슈는 꽤 됐다. WBC 1라운드 탈락의 여파가 있었으나 ‘빅보이’ 이대호(롯데)가 돌아왔고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예고된 은퇴 시즌이었다. 자유계약(FA) 선수의 활발한 이적으로 팀 전력도 균등화돼 치열한 순위 경쟁도 점쳐졌다. 하지만 5일 현재 프로야구 관중은 작년 대비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 중이다. 정규리그 전체 일정(720경기)의 38.1%를 소화한 가운데 330만6286명의 관중이 차 지난해(334만6799명)보다 4만513명(-1%)이 줄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273경기에서 30차례 매진됐으나 올해는 274경기에서 27차례 만원 관중을 끌어모았다. 현상 유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전국구 관중몰이 팀’들인 기아(KIA), 엘지(LG), 롯데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수치다. 관중 감소, 광고 시장 악화, 그리고 시청률 하락. 2017 프로야구가 마주한 현실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국정농단 정치 소용돌이와 맞물려 5월 대선, 출구 없는 경제 불황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 탈락과 미세먼지의 습격도 적잖이 영향을 준 모양새다.
역대 최악의 4월을 보낸 삼성의 홈관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삼성은 지난해 라이온즈파크를 새롭게 개장하면서 부진한 성적에도 경기당 평균 1만4986명(홈 29경기 기준)의 관중을 불러 모았으나 올해는 꼴찌 성적으로 관중이 크게 줄었다. 올 시즌 홈구장 평균 관중은 9818명으로 지난해 동일 경기 대비 34%가 하락했다. 넥센 또한 새 구장 특수가 1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한국 야구 첫 돔구장이라는 ‘특수성’으로 개막 30경기 기준 평균 1만371명을 불러 모았지만 올해는 평균 9196명에 그치고 있다. 넥센은 현재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삼성처럼 성적 영향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홈팬보다는 원정팬 숫자를 무시 못하는 넥센 사정상 올해는 원정팬이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과 넥센은 지난해 프로야구가 프로스포츠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넘는 데 쌍끌이 역할을 했었다. 개막 뒤 1~3위권 순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엔씨(NC) 다이노스의 관중 하락은 다소 의외다. 엔씨는 전년 대비 관중이 15%(평균관중 8525명→7258명)나 빠졌다. 엔씨의 경우 지역 경제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엔씨 쪽은 “지난해와 견줘 단체 관람은 늘었는데 개인 관람이 줄었다. 조선업 계열사가 마산·창원에 몰려 있는데 조선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휘청이는 게 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마산야구장 신축 공사 때문에 교통·주차 시설이 안 좋아진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엔씨의 경우 위치상 원정팬 효과를 많이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150억원(4년 기준)을 투자해 야심차게 이대호를 영입한 롯데는 기대했던 ‘이대호 특수’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위권을 전전했던 지난해와 견줘 4%밖에 홈관중이 증가하지 않았다. 엔씨와 마찬가지로 지역 경제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고 하겠다. 프로야구 광고 시장도 얼어붙었다. 수도권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광고 상황은 최근 10년 내 최악”이라면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조차도 유니폼·모자에 붙이는 광고가 아직 다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5월 대선 영향 등으로 큰 광고주들이 안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엘지·기아 등은 유니폼·모자에 모그룹 광고를 부착하지만 두산·엔씨 등은 계열사가 아닌 일반 회사 광고도 붙인다. 엔씨·삼성 등은 홈구장 외야 펜스 광고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기업 없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넥센은 광고료를 일부 깎기도 했지만 광고 유치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도 떨어졌다.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케이블 스포츠 방송 3사 시청률이 작년 대비 꽤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는 3사 모두 평균 시청률 1%를 웃돌고는 했는데 올해는 아니다. 1위를 달리는 기아 경기만 시청률이 그나마 나온다. 팬층이 두터운 엘지·롯데나 (‘마리한화’로 시선을 끌어 모았던) 한화 또한 시청률이 부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로 야구 시청층이 이동한 경향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골수팬을 제외하면 야구를 잘 보지 않는 추세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5월 대선도 끝났으니 나라가 안정되고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약발’이 다 떨어졌다. 프로야구는 지금 위기”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나라가 전체적으로 안 좋은 상황인데도 총관중이 지난해와 비슷하니까 그나마 선전하는 셈”이라면서도 “10구단으로 늘면서 총관중은 증가했는데 평균관중은 줄어들었다. 신생 구단들이 아직 홈, 원정에서 팬층 확보가 어려운 면이 있어 지금은 조정기라고 보면 될 듯한데 새로운 아이디어 도입 등으로 평균관중을 늘리는 식으로 향후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