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첫 신인지명투수 투구양상·건강 조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프로야구에 갓 발을 내디딘 신인 투수 대다수가 싱싱한 어깨를 자랑하기는커녕 학생 시절의 무리한 운동 탓에 부상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내 최초로 2013년 신인 투수들 가운데 두산을 제외한 8개 구단의 41명의 학생 시절 투구 양상과 현재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수술 경력이나 현재 통증이 없는 선수는 4명뿐이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대형 신인 투수가 실종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시작돼 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와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박진영 교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승준 교수,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1년간 머리를 맞대고 진행했다.
41명의 조사 대상자 중 어깨 통증이나 수술을 겪은 선수가 26명, 수술이나 검사를 받은 적은 없지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가 7명이었다.
팔꿈치의 경우도 병력이 있는 경우가 31명이고 검사를 받지 않았으나 현재 통증을 느끼는 선수가 4명이었다.
공을 던질 때 통증이 없고 수술 병력도 없는 선수는 5명뿐이었고, 그나마 1명은 타격할 때에 통증을 호소하는 처지였다.
이렇게 부상이 빈번하게 찾아오는 배경에는 무리한 등판과 훈련이 있다.
조사 대상자들의 입단 전해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는 평균 127개로 미국 스포츠의학원의 권고량(한 경기 최대 106구)을 초과했다.
이 가운데 2명은 한 경기 20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있고, 150구 이상 던진 선수는 14명이나 됐다.
입단 전해 평균 투구이닝은 8.6이닝에 달했다.
조사 대상자의 65.9%에 이르는 27명은 통증을 참고 투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동계훈련 기간에도 무리한 훈련이 이어진 탓에 부상 위험이 더 커졌다.
조사 대상자들은 연평균 1.8개월간 진행된 동계훈련에서 하루 평균 162.5개의 공을 던졌다.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투구한 적이 있다는 선수가 49%에 이르렀다.
변화구를 배우는 시기도 빠른 편이라 신체에 더 큰 무리가 간다.
선수들은 평균 12.3세에 커브볼을 배웠고 16.2세에 슬라이더를 배웠다. 미국 스포츠의학원이 권고한 나이(커브 14∼16세, 슬라이더 16∼18세)와 비교해 이른 편이다.
반면 가장 안정된 변화구로 알려진 체인지업은 평균 18.4세에야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체인지업의 미국 스포츠의학원 습득 권고 연령은 10∼13세로 가장 어릴 때 배울 수 있다.
조사단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선수 보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계훈련 기간의 훈련량을 조절해야 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투구 수와 등판 횟수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변화구 습득 연령의 기준도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단순히 좁은 저변만 한탄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망주들을 대형 선수로 잘 성장시킬 수 있는지 상황을 돌이켜봐야 한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8 10: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