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골치를 썩이는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현행 스플릿 제도에 일침을 가했다.
최 감독은 30일 울산 현대와의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광저우와의 경기에 '올인'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울산과 붙고 다음에는 수원 삼성과 붙어야 한다"면서 "이래서 스플릿이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 정규리그 4위인 서울은 김신욱의 결승골을 앞세운 울산에 0-1로 졌다. 내달 2일에는 1점 차이로 바싹 따라붙어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위협하는 '맞수' 수원과 '슈퍼매치를 치른다.
다음이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원정이다. 1주일의 휴식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돈의 힘'을 앞세운 광저우는 서울에게 버거운 존재다.
최 감독으로서는 K리그 강호들하고만 연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스플릿 리그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다. 중간 중간 약팀과의 경기가 끼어 있으면 완급 조절이 가능한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최 감독은 무엇보다도 특히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이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정규리그에서는 5위에 머물러 올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게 크게 아쉬운 눈치였다.
김 감독이 최 감독에게 연세대 시절 은사이기여서도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최고 권위의 대회에 연속 출전하지 못하고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잊히는 게 한국 축구인으로서 안타깝다는 생각에서다.
최 감독은 "울산같은 명문 클럽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계속 연착륙해야 하는데 스플릿만 아니었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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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
- (도요타<일본>=연합뉴스DB) 김호곤 울산 감독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소화하느라 바쁜 최용수 감독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해 일본 도요타시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피파클럽월드컵 6강전 울산현대와 몬테레이의 경기에서 입장한 울산 김호곤 감독이 경기장을 살피는 모습.
이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 팀 사령탑 가운데 최고 연장자인 김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 전 '힘 빠진' 서울을 어떻게 공략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 감독은 사면초가 상황에 몰린 서울과 제자를 향한 애틋한 심정만 드러낼 뿐이었다.
그는 "스플릿 A그룹 일정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둘 다 소화하려면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아시아 전체를 놓고 봐도 그럴 수 있는 팀은 광저우 정도뿐"이라면서 제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스플릿 제도는 지난 2012시즌부터 도입됐다. 풀리그로 홈, 어웨이 경기를 치른 뒤 절반씩 A그룹(상위 스플릿)과 B그룹으로 나눠 홈, 어웨이 경기를 하는 게 골자다.
프로축구연맹은 내년 시즌에도 현행 제도를 유지할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각 팀 감독과 선수들, 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마친 연맹은 내달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31 10: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