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독주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은 30일 FC서울과의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해 선두(승점 64)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 포항 스틸러스와의 승점차는 5.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던 울산은 시즌 막판 기어이 1위 자리에 오른 뒤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울산이 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력 누수가 심했기 때문이다.
곽태휘가 중동으로 이적했고, 이근호와 이호는 입대했다. 중원에서 이호와 함께 '울산항 방파제'를 구축한 에스티벤은 일본으로 이적했다.
수비와 중원, 공격의 중심축들을 모두 잃었지만 '알짜 선수'를 알아보는 김호곤 감독의 혜안과 리더십이 울산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성남 일화와 J리그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한상운은 울산에서 8골, 8도움을 올리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하피냐는 비록 부상으로 시즌 초반 큰 힘이 되지는 못했지만 복귀 뒤 빠른 돌파와 높은 골 결정력으로 이근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주전 골키퍼 김영광의 부상으로 장갑을 낀 김승규는 김영광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골문을 걸어 잠갔다. 김승규는 울산에서의 경기력을 인정받아 국가대표팀에까지 승선했다.
김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적시에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밀당(밀고 당기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한 데 묶었다.
김신욱이 국가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한동안 슬럼프를 겪자 따뜻하게 다독이고 특별훈련 프로그램을 짜줬다.
김신욱은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고 득점랭킹 1위에까지 오르며 '맞춤형 특훈'의 효험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에는 김승규에게 채찍질을 한 게 주효했다. 김승규는 33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연이은 선방으로 팀의 승리를 주도하며 프로축구연맹이 뽑는 라운드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칭찬은 커녕 "골킥이 왜 이렇게 안 좋느냐"며 타박만 했다.
마음을 다잡은 김승규는 서울전에서 후반 38분 데얀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슈팅을 절묘하게 막아내는 등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김 감독의 힘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적이다.
올시즌 울산은 연패를 단 한 차례만 경험했다. 홈에서 진 것도 한 번밖에 없고 홈경기 승률은 76%를 자랑한다.
올해 울산 경기에서는 서울이나 포항이 자주 보여주는 이른바 '극장축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확실하게 이기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뜻도 된다.
최용수 서울 감독마저 울산전을 앞두고 "울산이 가장 무서운 점은 '이기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이기는 맛과 그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2009시즌부터 울산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지도자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울산 팬들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어 그에게 '호거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김 감독이 이번 시즌 생애 첫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명장의 지위를 더 굳건히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31 11: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