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한국 경보가 '우물 안'을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디뎠다.
22일 인천 송도동에서 치러진 제94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여 고등부 10㎞ 경보, 남·여 일반부 20㎞ 경보 경기에는 총 9명의 심판 중에서 국제심판 3명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에코 양(홍콩), 사르지토 말로(인도네시아) 심판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도 심판을 볼 수 있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최고 등급(레벨3)의 심판이다.
모리카와 요시오(일본) 심판은 아시아 규모의 국제 대회까지 관장할 수 있는(레벨2) 국제심판이다.
이날 처음으로 국제심판 앞에서 경기를 뛴 선수들은 대부분 긴장된 표정이었다.
고등부 10㎞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이준혁(부산체고)은 레이스 종료 직전 3번째 경고를 받은 탓에 레이스를 마치고도 실격 처리됐다.
경보에서는 적어도 한 발 이상이 땅에 닿아 있어야 한다.
걸음마다 한 번 이상은 무릎이 완전히 펴져야 한다.
두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거나 무릎이 펴지지 않으면 심판은 해당 선수에게 주의를 주고 그래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선수에게는 경고를 준다.
한 선수가 각기 다른 3명의 심판에게서 경고를 받으면 실격된다.
경보에서는 심판의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실격된 선수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
이날 전까지 국내 경보 경기의 심판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선수와 심판의 친분 관계에 따라 공정한 판정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거나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판정으로 한국 경보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국제심판을 초빙했다.
국내의 선수와 지도자, 심판들이 국제 기준에 맞는 공정한 판정을 경험해 눈높이를 국제 기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연맹의 의도다.
양 심판은 경기 종료 후 "한국 경보가 세계 수준을 갖추려면 여성 선수들은 정확한 자세로 경기를 치르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따끔한 조언을 전했다.
모리카와 심판도 "한국 여자 경보 선수들은 발뒤꿈치를 먼저 땅에 댄다는 기본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앞으로 다양한 대회에 국제 심판을 초청해 대회를 IAAF로부터 공인받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2 13:50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