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부모님 인터뷰를 보면서 울컥했지만 그래도 눈물은 참았습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나이스 큐' 이규섭(37)이 20일 공식 은퇴식을 하고 정들었던 유니폼과 이별했다.
대경상고와 고려대 출신 이규섭은 2000년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은퇴할 때까지 삼성에서만 뛰었다.
2000-2001시즌과 2005-2006시즌 삼성의 우승에 기여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멤버로 활약한 이규섭은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 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으로 떠나 한 달 정도 연수를 받다가 이번에 은퇴식 때문에 일시 귀국한 이규섭은 "은퇴한 지는 벌써 반년이 다 돼 가지만 그래도 은퇴식을 한다고 코트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혹시 눈물을 흘렸느냐는 말에 "부모님 영상을 보면서 잠시 뭉클했어도 꾹 참았다"며 웃었다.
이규섭은 현재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산하 D-리그 팀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코치로 일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는 중이다.
지금은 한 달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규섭은 "무엇보다 코치들의 역할이 세
분화돼 있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수 한 명에 스태프 한 명꼴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 그는 "코치의 역할이 매우 구체적으로 세분화돼 있고 감독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섭은 "어떻게 보면 훈련하는 방식 자체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훈련이 그만큼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지고 선수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한 달간 느낀 점을 밝혔다.
미국에서 농구 솜씨를 선보여 대접을 받게 된 사연도 전했다.
그는 "농구 한 번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그런데 골든스테이트 마크 잭슨 감독까지 나와서 뛰는 것을 보고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잭슨 감독은 1988년 NBA 신인왕 출신으로 명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하지만 "12점 내기를 7차례 했는데 내가 그중에 세 번을 끝내기 슛을 넣었다"며 "그 뒤로는 나를 '빅샷'이라고 부르며 대접이 달라지더라"고 전했다.
산타크루즈의 코치로 최근 부임한 필 허버드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허버드 코치는 NBA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활동한 베테랑 지도자로 이규섭은 "그가 이메일로 자료도 보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줘 큰 도움이 된다"며 "미국에서 보고 듣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이 기록으로 남겨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D-리그는 NBA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가진 선수들이 비교적 적은 연봉에도 아낌없이 젊음을 불사르는 곳이다.
이규섭 역시 앞으로 좋은 코치, 감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제2의 농구 인생'의 시작을 걸었다.
이규섭은 24일 다시 미국으로 떠나 11월 개막하는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1 06: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