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그라운드 안팎에서 끊임없이 사건에 휘말렸던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가 이번에는 폭행에 이은 거짓 해명으로 선수생명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이천수는 인천의 한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을 폭행한 혐의로 16일 불구속 입건됐다.
폭행 여부는 경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천수가 사건 직후 구단에 한 해명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천수는 14일 새벽 해당 술집에서 김모(29)씨를 때리고 그의 휴대전화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천수의 일행은 4명, 김씨 일행은 3명으로 서로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합석했고 이후 시비가 생겨 몸싸움으로 번졌다.
김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 "이천수가 손으로 테이블 위의 빈 술병 20개를 쓸었고, 이천수로부터 얼굴을 2대 맞았다. 휴대전화 액정도 이천수가 집어던져 파손됐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천수는 구단을 통해 "폭행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옆에 와이프도 있는데 폭행을 했겠느냐"고도 했다.
이제는 자신이 '악동'이 아닌 '가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천수의 해명에 그를 둘러싼 여론도 일정 부분 온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16일 경찰이 이천수를 불러 약 4시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술자리에 이천수의 아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애초 구단에 했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는 과거 그라운드 안팎에서 거친 행동으로 수차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네덜란드 생활에서 실패하고 둥지를 튼 수원 삼성에서 코치진과 불화 끝에 임의탈퇴를 당했다.
2009년 전남 드래곤즈에 복귀했지만 첫 경기부터 심판을 향한 '감자 먹이기' 동작으로 6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 해 6월에는 코치와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구단을 이탈했다.
2007년에는 9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의 머리를 때린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으로 K리그에 복귀했다.
함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뛴 김남일, 설기현과 함께 '베테랑 트리오'로 불리며 빠르게 인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거짓 해명'으로 팀내 입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면서도 사건의 사실 관계만큼은 솔직히 인정했던 과거와는 달리 처음부터 거짓 해명을 한 점은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봐 온 축구팬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긴 모양새다.
인천은 이날 오전 안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7 08: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