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숨 막히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서전의 끝을 장식한 주인공은 넥센 히어로즈의 '캡틴' 이택근(33)이었다.
이택근은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2, 3루에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우전 안타를 터뜨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포스트시즌 통산 20번째이자 준플레이오프 통산 5번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이택근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에게 채워진 주장 완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택근은 넥센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2003년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서 데뷔, 팀이 전성기를 누리다가 공중분해되고 넥센으로 재창단돼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올해 첫 가을 잔치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했다.
2010년과 2011년 LG에서 두 시즌을 뛰긴 했지만, 이 역시도 넥센이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지키지 못하고 어렵게 팀을 꾸려 온 아픈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을 넥센이 50억원에 영입한 것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성적을 거두는 '제2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이택근은 2년간의 LG 생활을 마무리하고 '친정'에 돌아와 주장 완장을 차고는 오랜 부진으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더그아웃에서는 팀의 리더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었고, 그라운드에서는 허슬 플레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섰다.
넥센이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 이택근은 분명히 한 몫을 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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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호하는 이택근
-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2사 2,3루 상황에서 넥센 이택근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3.10.8 saba@yna.co.kr
하지만 2004년 현대 시절 이후 9년 만에 다시 맞은 '가을 야구'는 이택근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됐던 듯하다.
이날 이택근은 마지막 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해내야 한다는 욕심이 크게 작용한 듯 스트라이크존에서 멀찍이 빠져나가는 변화구에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였다.
3회 1사 2, 3루의 기회를 놓친 것은 특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9회말 마지막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2사 2, 3루의 기회에서 이번에는 호흡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방망이를 돌렸다.
파울 한 개를 치고 볼 두 개를 흘려보낸 이택근은 4구째 바깥쪽으로 흐른 공을 결대로 밀어 넓게 비어 있던 1, 2루수 사이를 궤뚫는 깨끗한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다.
양 주먹을 불끈 치켜든 이택근의 미소에는 짜릿한 기쁨과 함께 비로소 '캡틴'의 역할을 해냈다는 안도감이 흘렀다.
이택근은 "직구인지 커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페넌트레이스 때에도 정재훈의 커터성 볼에 범타가 많아 그쪽 공에 초점을 맞추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택근은 "내가 가장 많이 긴장한 것 같아 부끄럽더라"면서 "앞의 찬스를 살리지 못해 이번에는 무조건 끝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8 22: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