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동아시안게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내년엔 K리그에 입성하겠습니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최다 경기 연속골 신기록을 수립하며 맹활약중인 김선민(22·울산현대미포조선)이 2013 톈진 동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20년만의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공언했다.
한때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에도 뽑히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김선민은 현재 실업축구의 '특급 선수'로 활약중이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J리그 가이나레 돗토리에 둥지를 틀었지만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그의 실력을 인정한 네덜란드 1부 리그 팀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에이전트와 문제가 생겨 일이 틀어졌다.
K리그 드래프트는 일찌감치 끝난 뒤였고 내셔널리그 선수 등록 기간도 넘긴 시점이었다.
김선민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멘붕(큰 충격을 받은 상태를 지칭하는 속어)이었어요"라고만 할 뿐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지 말을 아꼈다.
6개월간의 무적 상태가 이어졌다.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모교인 수원공고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훈련을 이어갔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그의 숨통을 죄었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지동원(선덜랜드) 등 어느새 유럽에 진출한 또래들이 국가대표가 된 모습을 TV로 볼 때면 박탈감마저 느끼곤 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잊으려고 아침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점심에는 후배들과 연습경기를, 저녁에는 홀로 공을 차며 쉴 새 없이 훈련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고교 은사였던 유상수 울산현대미포조선 코치의 영입 제의는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였다.
7월 추가등록기간에 울산현대미포조선에 합류한 김선민은 그동안의 설움을 풀겠다는 듯 연일 골 폭풍을 몰아쳤고 7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소감을 묻자 그는 신기록을 썼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내셔널리그에 와서 축구보다 더 큰 것을 배웠어요"라며 화제를 돌렸다.
"공백기를 거치고 실업선수 형들과 생활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선수 생활을 끝낼 때가 온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느끼게 됐어요."
실업팀 선배들이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거나 축구와 관련 없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결국은 수많은 사회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선민은 "지금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요. 이번 대회가 끝나면 나중을 위해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할 계획입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선민이 당면한 과제는 동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3세 이하만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내셔널리그 선수들로 선발 폭을 제한한 반면 홍콩과 중국, 일본, 북한은 올림픽대표팀 기준으로 1.5군에 해당하는 전력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돼 금메달 획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선민은 내셔널리그보다 이목이 더 쏠릴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해 내년에는 K리그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된다면 어느 팀에 가고 싶으냐고 묻자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경기에 뛸 수 있다면 어떤 팀이든 좋아요. 다시는 공백기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7 06: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