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윤리와 품격
<기자수첩>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말 일간지 기자 4명과 함께 김치찌개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젊은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차남의 병역 의혹에 대한 공개 검증과 관련해 감정이 다소 격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총리실 내부에서조차 "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스포츠닷컴도 이완구 후보자가 잘했다고 옹호할 생각이 없다. 특히 이날 그의 발언은 기자들의 귀를 의심할만한 것이었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으로 언론사마다 각각 다른 정치감정과 해석들도 가지고 있으리라,,,하지만 그가 흠을 가졌다면 “과연 국무총리로써 공적으로 그리 큰 문제인가?” 하는 점에서 그동안 의혹들이 사적인 것들이라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는 국민들의 여론도 우세했다.
게다가 현재 대한민국은 새정권 들어 이미 3명의 국무총리 후보들을 낙마시켜 총리없는 국가라는 희대의 ‘국정공백 상황’을 맞이할런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이후보자가 국민들 마음에 드는 적격자라기 보다 그런 문제 때문에 이번만은 통과? 라고하는 심정의 여론들이 다수였기 때문이었다. "100% 흠없는 자 과연 있으랴?" 이후보자가 총리가 될지 안될지는 스포츠닷컴은 모른다.
본문의 기자는 일반기사와는 달리 '기자수첩'은 가끔 자유스럽게 쓴다. 이유는 스포츠닷컴의 많은 독자들이 일반 대중이라 딱딱한 기사보다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서 좀 질펀한 유모스러운 문장으로 채워질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문장의 내용이 진정성있고 철저히 현장과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면 독자로부터 따가운 욕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 기사체 문장이 아무리 매끄럽고 비단같아도 그 취재과정이나 보도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결국 독자로부터 질타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언론과 기자의 진정한 "윤리의식과 품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후보자와 기자들의 대화 내용이 외부에 공개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만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것은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문제다. 대화 녹취는 당시 참석 기자 중 1명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기자들은 공식 인터뷰 등에서는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정보 소스원의 허락을 맡고 녹음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식사 자리 같은 사석(私席)에서의 녹음은 흔치 않은 일이며 잘못하면 불법이 될 소지도 충분하기에 전문기자들은 이 부분에 매우 민감하다. 또 정상적인 언론이 녹취를 했다면 그 용도는 보도에 지극히 국한돼야 한다.
그러나 정작 이 후보자 발언에 대한 첫 보도는 당시 점심 자리에 소속 기자가 없었던 KBS가 했다. KBS는 녹취록을 야당(野黨)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녹취록이 어떤 경위로 야당에 넘어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의 자리에 있었던 기자4명중 한명이 야당에 녹취를 넘긴 것 말고 무엇이 설명되는가?
어찌 됐든 취재 기자가 녹취한 내용이 야당을 거쳐 다른 방송사에서 보도되는 과정은 언론의 정도(正道)에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총리실 관계자는 8일 기자들에게 "어떤 경위를 통해서든 사적(私的)인 대화가 참석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해당 기자가 속한 곳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보도가 나온 것은 언론 윤리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만일 녹취한 기자가 이 후보자의 발언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항의하거나, 반론제기의 질문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기사를 쓰는 것이 옳았다. 대부분의 기자는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취재 중 얻은 정보는 보도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기자윤리상 당연히 배운다. 취재원과 타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 또한 언론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 발언의 보도 과정에서는 이런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기자로써 무척 서글프기도 하다. 언론들도 이렇게 타락해야 하는가?
이후보자의 언론탄압성 발언도 거북하지만 이 사건 보도행태도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취중발언도 팩트이기로소니 기자의 윤리와 품격이 실종된 보도,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나? 기자는 사실만을 보도하고 여러 정치세력을 감시하기도 해야하지만 어느 정치세력의, 정치의 개는 아니다. 이번 KBS보도는 집권여당과 권력의 반대편 보도이지만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기자의 품격과 언론윤리를 무시한 상대편의 개가 된 보도” 이기도 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