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자물가
새해 첫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이다. 1월부터 크게 오른 담뱃값만 아니었으면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에 바짝 다가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 이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를 기록하며 전월인 12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2013년 10월 당시 0.9%를 기록하며 '0%대'로 떨어졌다. 13개월 연속으로 '1%대'에 머물다 지난해 12월 다시 '0%대'로 하락한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기·수도·가스(전월 대비 -2.4%), 석유류(전월 대비 -0.9%)의 가격 하락이 전체 지수에 영향을 미쳤고 축산물(전월 대비 -2.2%)도 소폭 내렸다. 이에 따라 생활물가지수(전년 동월 대비 -0.3%), 신선식품지수(〃 -2.1%)도 덩달아 하락했다. 그나마 새해부터 갑당 2500원 기준으로 2000원이 오른 담뱃값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하락을 막았다.
담뱃값은 올 들어 국산은 83.7%, 수입산은 67.9% 올랐다. 이에 따라 담배가 포함된 기타 공업제품 가격은 전월보다 11.9% 상승했다. 기타 공업제품이 전체 물가지수(가중치 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7이다. 다만 기타 공업제품을 포함한 전체 공업제품은 휘발유(-9.8%), 경유(-9.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4.3%) 등의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통계청은 담뱃값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담뱃값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전년 동월 대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2%포인트(0.8―0.58)에 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축산물은 하락한 가운데 농산물은 겨울철 기상 악화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채소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 전체적으로 전월 대비 1.7% 올랐다. 특히 딸기(57.9%), 상추(35.1%), 시금치(33.8%) 등이 많이 올랐다. 이 같은 채소값 급등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설을 전후해 소비자들의 구입 부담은 예년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겨울철은 일반적으로 엽채류, 과채류 등 채소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이지만 현재 대부분 채소류 가격은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이라면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세는 전세가격이 0.3% 오르면서 전체적으로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고, 공공서비스 역시 열차료가 상승(4.1%)하면서 전월 대비 0.5% 올랐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올라 전년 동월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2%대의 상승세를 회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해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월 대비 0.5% 상승한 1월 소비자물가는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면서 "향후 물가상승률은 내수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면서 점차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10년간 1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2005~2014년 평균(전월 대비) 0.6%와 최근 5년간 2010~2014년 평균 0.7% 수준을 각각 기록했다.
한편 이날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물가상승률이 1%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가가 선진국 33개국 중 82%(27개국)에 달하고 있어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작용하는 저유가.저성장.기대심리 하락 등 세 가지 요인에서 한국경제도 자유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지난해 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대비 3.2%포인트 하락하는 등 세계 물가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으며, 최근 3년 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치는 등 성장세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저하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