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환상’ 깨어야 모두가 산다
언론은 독자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하여 무엇보다 진실하고 바른 보도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온 사회를 강타한 “연말 재정산 사태”, 결국은 현재, 우리경제의 철저한 현실에 근거해 정치나 경제철학 각 패러다임들의 해석으로 각각의 주장이나 정책들의 장단점, 수혜자나 비수혜자들의 암운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지금 이문제는 어쩌면 진보, 보수를 떠나 첨예한 국가재정의 문제로 온국민의 살림살이 문제로까지 연결된 심각한 문제다. 스포츠닷컴은 이 문제는 각 정치,경제철학을 떠나 무엇보다도 <실체의 진실>을 보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마침 비슷한 의견으로 조선일보가 유일하게 이 문제의 본질을 용기있게 건드리며 제대로된 철학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스포츠닷컴도 언론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같은 내용이지만 워낙 독자들과 국민들에게 중요한 사안이기에 이를 보도한다.
고령화 가속도 붙은 우리나라, 복지지출 가파르게 급상승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대표적인 '저(低)세금·저(低)복지' 국가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담세율이 24.3%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19.7%), 칠레(20.2%)에 이어 셋째로 낮다. 담세율이 50%에 육박하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OECD 평균(34.1%)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그러나, 여기엔 일종의 '착시(錯視)'가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복지 지출에서 국민연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100년 가까이 돼 지출 부담이 많다. 매년 들어오는 국민연금 보험료로는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해 세금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사회보장에 1조3000억달러(약 1400조원)를 지출했다. 이 금액은 미국 정부 지출의 37%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도입한 지 30년도 채 되지 않아 연금 지출이 아직은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연간 13조원(2013년 기준)의 급여를 국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보험료로 들어오는 수입이 더 많아서 아직은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지급액 역시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보건 분야 공공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1%로 프랑스(9%), 독일(8.6%), 일본(8.3%), 미국(8.3%)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나라들에 비해 고령화 수준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새로운 복지 항목을 만들지 않아도 복지 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게 돼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현행 사회보장제도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라도 사회보장 지출이 2040년에는 GDP 대비 22.6%, 2060년에는 29%로 높아지게 된다. 복지를 추가로 확대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택적 복지-재정부담 반으로 준다
연령대별로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만성적인 재정 적자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떠안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정부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에 혜택을 늘려 실효성도 높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해법이 선택적 복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만 27조원이 들어갈 무상 보육(만 0~5세), 초·중·고생 무상 급식, 대학생 반값 등록금, 65세 이상 기초연금 지급 등 네 가지 분야에 선택적 복지를 적용한다면 재정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수혜자를 제외하는 방안으로 당장 필요한 예산을 27조원에서 13조원대로 줄일 수 있다.
우선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는데 노인 빈곤율이 50%인 점을 감안해 수혜 대상을 50%로 줄이면 10조2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런 부담 완화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노령화에 따라 급격하게 늘어나 2040년 100조원, 2060년 228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혜 대상을 전체 노인의 50%로 줄이면 2040년 71조원, 2060년 163조원 등으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 반값 등록금은 가구 소득별로 전체 대학생의 80%를 대상으로 하는데, 수혜 대상을 절반으로 줄이면 매년 2조원가량 예산을 아낄 수 있다.
2012년 영국 정부는 상당한 반발에도 16세 미만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 지급하던 육아수당을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연봉 4만4000파운드(약 7200만원)가 넘으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상위 15% 정도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도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족집게로 집듯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올해 10조, 2040년 100조… 무상복지 고집땐 '재정 파산' <增稅(증세)냐 복지축소냐… 대통령이 결단 내려야 >
1600만 월급쟁이를 분노케 한 '연말정산 대란'은 따지고 보면 '증세 없는 무상 복지' 후유증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는 선거 수사(修辭)일 뿐,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최대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부자든 가난한 가정이든 아동에게 월 22만~77만7000원 보육비를 지원하는 화려한 무상 복지 시대의 문은 열렸다.
정부는 애초 무상 복지 비용을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안이었다. 무상 복지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정부 곳간은 비어만 갔다. 작년 세수 결손액은 무려 11조1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연말 서둘러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렸다. 연말정산을 통해 직장인들의 호주머니를 더 깊게 털어가면서도 정부는 "세율을 올리거나 없던 세금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증세가 아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꼼수 증세는 국민의 조세 불만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됐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참모들에게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부터 거둘 생각을 말라"는 경고부터 했다. 그만큼 '증세 없는 복지' 실현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제는 '증세냐' '복지 축소냐'를 놓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비단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지출하고 있는 무상 복지는 차기, 차차기 정권에도 두고두고 짐이 되면서 미래 세대를 옥죄는 족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복지 사업이라는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올 예산은 10조원이다. 2012년 4조원에서 2.5배로 껑충 뛰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초연금은 현재 노인의 70%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루 평균 700명씩 늘어나는 노인은 앞으로 2030년이 되면 지금의 배가 되면서 한 해 예산도 50조원으로 껑충 뛴다. 노인 수가 늘어나고 금액도 물가 인상분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예산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방어막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액을 깎는 방식을 도입해 기초연금 지급 액수를 줄이는 방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매년 급증하는 예산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2040년에는 한 해 100조원이라는 거액의 '돈 비'를 노인들에게 뿌려야 하는데, 어떤 정권도 뒷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동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실 어린이집 문제도 따지고 보면 무상 보육의 후유증이다. 무상 보육 실시로 어린이집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부족한 교사 수를 메우느라 누구든 쉽게 보육 교사가 될 수 있게 문턱을 낮춰놓았다. 정부는 애초 소득 하위 70%까지만 주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밀려 무상 보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보육료와 양육수당은 2011년 4조1033억원에서 올해 10조2256억원으로 급증했다.
선진국에서도 0~2세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살을 맞대고 키운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전업주부조차 무상 보육 혜택을 받지 못하면 손해라며 갓난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줄 서서 맡긴다. 그 결과,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업주부로 있는 여성 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여전히 높은데도, 집에서 자라나는 아이보다 어린이집에서 크는 아이가 더 많아지는 기현상을 자초했다.
무상 급식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대준다. 예산이 부족해 음식 질은 떨어져도 무상 급식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2012년 1조9450억원이던 예산이 올해는 2조 6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대선 공약인 대학생 반값 등록금도 예외가 아니다. 2013년 2조7750억원에서 올해는 3조91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신 절실한 복지는 희생되고 있다. 무상 급식 등의 복지에 밀려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교실은 보조 강사를 채용할 여건이 되지 못해 유명무실하게 됐다. 특성화 고교의 실습 취업 지원 예산도 깎였다. 원어민 강사 수업도 포기한 학교가 무수한 실정이다.
무상 복지를 시행하기 위해 재정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는 무상 보육과 기초연금은 정부 사업이므로 예산 편성을 못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올해 지자체들이 부담할 기초연금 예산만 1조5000억원 늘어났고, 내년에는 2조6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이번 정권 동안 지자체들도 10조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경기 불황으로 지방세는 적게 걷히는데 복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져 지방 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이미 지자체들은 무상 보육비와 기초연금 예산의 절반만 편성해 놓아 올 하반기에는 무상 복지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절감을 위해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미적지근한 태도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밀려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우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연금 수급자 48만명에게 지급할 연금액이 부족해 올해 메워줄 적자 보전금 예산이 4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연금 개혁은 현재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공무원연금이 개선되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개혁하도록 법에 못 박혀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표를 의식해 공무원연금만 개선하고,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고 뒤로 돌려놓았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개혁하는 것도 벅차,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을 뒤로 감춰 놓았지만, 형평성에 맞지 않으므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도 손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이제 솔직하게 무상 복지의 진실을 국민에게 말해야 할 시점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