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변호사법위반 민변변호사7명 조사
검찰이 과거사 사건을 수임하고 수억원을 받은 변호사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해당 변호사들은 표적수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의 태도는 강경하다. 검찰이 민변 소속 김 모 변호사가 과거사 사건을 수임하고 10억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10억 원대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검찰은 또 민변 소속 이 모 변호사에게도 어제(21일) 출석을 통보했다. 이 변호사 역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실화해위원회 국장으로 일했고, 당시 관여한 사건을 변호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소환에 불응했고, 검찰은 이 변호사 외에 수사선상에 오른 변호사들에게도 다음달 초까지 차례로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공무원이나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 맡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사 위원들이 관련법에 따라 별정직 공무원의 지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안몰이라는 시선 이전에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란 점을 강조했다. 반면, 민변 등은 "진상을 밝히기 어려운 사건인데다, 변호사들도 기피해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며 표적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과거사 관련 소송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를 상대로 청구된 과거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총 507건이다. 전체 청구금액이 1조2500억원임을 감안하면 과거사 관련 소송의 평균 청구금액이 24억6500만원 정도다. 법조계에는 과거사 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승소 금액의 10~15% 정도를 수임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에서 청구금액의 절반 정도만 인정해줘도 변호사들은 한 건당 2억원 안팎의 돈을 받는 것이다.
최근 변호사 시장이 불황에 빠진 가운데 과거사 소송 시장은 '블루 오션'이었던 셈이다. 법조계에서 법무법인 덕수·정평·지평 등이 과거사 소송을 독식하고 있는 현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들 로펌은 공익 목적의 소송이라는 '명분'도 얻고, 수임료라는 '실리'도 챙겼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3개의 로펌이 전체 507건의 과거사 소송 가운데 237건(48.7%·소송가액 기준으로 49.9%)을 독식한 이유를 대표 변호사 또는 주요 변호사들의 경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표 변호사나 일부 변호사가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거나 민변에 속해 있으며 과거사 관련 단체들과 친분을 쌓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변호사법 31조 3항을 위반한 혐의로 일부 민변 변호사 등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변호사 7명은 과거 대통령 직속 과거사정리위원회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관련 사건을 수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차 수사 대상자는 김형태(59)·김준곤(60)·이명춘(56)·이인람(59)·백승헌(52)·김희수(55)·박상훈(54) 변호사 등 7명이다. 이 중 박상훈 변호사를 제외한 6명이 민변 소속이다. 검찰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으로 내정된 이명춘 변호사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이들 7명을 모두 조사할 계획이다.
민변 소속인 김형태 변호사는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옥사(獄死)한 장모씨 유가족의 재심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리해 승소했다. 문제는 김 변호사가 2000~2002년 의문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낼 당시 위원회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직권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소송가액 300여억원의 사건을 수임하고 수임료로 소송가액의 1%인 3억여원만 받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의문사 피해자 가족이 고른 인사가 들어가서 가해자를 조사하는 형태"라며 "과거사 관련 국가 배상 사건에서 가해자인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섰던 검찰이 저를 수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의문사위 상임위원 등을 지낸 김준곤 변호사, 과거사위 인권침해국장을 지낸 이명춘 변호사 등 다른 변호사들도 위원회 재직 시절 관여한 사건의 국가 배상 청구 사건을 수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 변호사들이 과거사 관련 위원회 활동과 연관된 사건 70여건을 수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소송가액은 대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변은 19일 "길게는 10여년 전에 과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던 것을 근거로 뒤늦게 문제 삼는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민변 내부에서도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의도가 어떻든 수사 대상인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피해갈 수 없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데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권맑은샘 기자>
‘셀프 수임’ 民辯 변호사들의 反정의
<특별기고>
최대권 /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지난해에는 공안 사건 의뢰인에 대한 묵비권 강요, 거짓 진술 요구, 간첩 제보자 누설, 질서 유지에 나선 경찰관 폭행 등 경비·수사·사법 방해를 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7인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청구와 이들 중 5인 변호사에 대한 형사소추가 있었다. 올 들어서는 노무현정부 시절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일부 민변(民辯) 변호사가 나중에 관련 사건 소송을 수임해 변론을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입만 열면 비리 타파와 정의 구현을 외치는 민변 변호사들이 지난해에는 ‘공안 탄압’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단다. ‘유리로 된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던지지 말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제44조), 의문사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제38조)은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 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擬制)하고 있고, 변호사법(제31조1항3호)에는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변호사법상의 징계를 받거나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제91조·113조). 판·검사를 포함해 공무원으로서 처리했던 사건의 수임을 금하는 이유는 추후 수임을 노려 일방을 배려해주는 등의 불공정한 일 처리를 우려해서이다. 그런 만큼 엄밀하게는 민변의 관련 변호사가 과거에 과거사 위원으로서 공정하게 활동했느냐 하는 점도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사 위원으로서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이 변호사법 위반임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처리했던 사건의 수임을 금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기가 관여했던 사건을 수임해서는 변호사로서의 품위(변호사법 제1조·제2조)를 견지하면서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자연적 정의에서 나오는 우려 때문이다. 과거에 자기가 관여했던 사건의 처리는 판사의 경우 제척(除斥) 사유가 된다. 변호사는 장사꾼이나 사업가가 아니라, 판·검사와는 국가가 고용하느냐 당사자가 그렇게 하느냐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는 법질서 때문에 존재하는 법관이다. 판·검사가 변호사가 될 수 있고 변호사가 판·검사 될 수 있는 이른바 법조 일원주의도, 법률 사건의 수임 등의 업무를 변호사만이 독점하는 특권을 법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과거사 위원이라는 공적 신분을 가지고 수행했던 업무의 파생(재심·국가배상)사건을 이제는 변호사로서 수임해서 수임료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법을 지키는 법관으로서는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치사한 일이 된다.
재심·배상 사건의 판결이 나오기 시작한 지 꽤 여러 해 된 이 시점에 검찰이 불법 수임 사건 수사에 나서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해답의 하나는 변호사회의 실상에서 찾아야 한다. 변호사회의 존재 이유는 변호사들의 자율 규제를 위해서다. 변호사 세계를 규율하는 일차적 책임은 변호사회에 있으며 변호사회에 의한 자율 규제가 실패하는 경우에 이차적·보완적으로 국가 즉, 검찰이 나서게 돼 있는 것이 변호사법의 이상이다. 그러나 동업자끼리 봐주는 문화 때문에 변호사회의 자율 규제 기제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민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규제는 소속 변호사회에 의해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