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CCTV반대 어린이집 장사꾼들 철퇴가해야"
어린이집 원장들, 60% CCTV 반대?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원장 10명 가운데 6명은 정부가 CCTV 설치를 지원해도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보육 교직원의 인권’ 문제를 꼽았다. 정부의 일방적인 어린이집 대책에 어린이집 원장들이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같은 내용은 어린이집 원장 경력 11년차인 임선희(45·여)씨가 지난해 2월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정부규제 평가에 관한 연구’란 제목으로 제출한 경희대 공공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논문에 담겨 있다.
인천부평 폭행 어린이집, 항의하는 학부모
임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민간 어린이집 원장 160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와 정부의 규제에 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 중 33.1%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원인으로는 보육교사의 인성과 자질(21.7%), 자격증 남발(20.6%) 등이 꼽혔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 51.2%, 반대 48.8%로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 지원에 의해 CCTV가 설치된다면 설치하겠는가’란 질문에는 ‘설치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61.2%로 나왔고, 그 이유로는 ‘보육 교직원의 인권 때문’이란 응답이 66.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임씨는 20일 “원장 경력이 길수록 정부 규제가 과도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신체 학대로 인한 시설 폐쇄는 당연히 인정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정서 학대로 인한 과도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지금 이러한 말도 안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CCTV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보육교사의 인권문제는 휴게실이나 화장실, 사무실로 국한해도 상관없다. 사랑으로 보육하는 교사가 CCTV가 있으나 없으나 무슨 상관인가? CCTV반대 국회의원들 어린이집 관련단체 로비의혹 없는지 철저히 살펴보아야 한다” 라는 주장들이며 국민운동이라도 벌일 태세다.
검찰, 아동 정서확대도 수사-혼자 밥먹게 하고,“못난이” 따돌리고
검찰이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신체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도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조은석 검사장)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수사하는 일선 지검 및 지청에 정서학대의 처벌을 명시한 조항과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아동학대특례법 조항 등을 담은 수사지침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정서학대는 신체학대와 달리 겉으론 상처가 나지 않기에 아동이 말을 하지 않으면 부모가 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어린이집 교사들이 폭언을 해도 훈육 차원이었다고 주장하거나 사실 자체를 잡아 뗄 경우 형사고소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정서학대 3843건 중 피해자 측이 고소·고발한 것은 6.5%(250건)에 불과했다.
한 언론이 최근 4년간 전국 어린이집 아동에 대한 정서학대로 교사가 재판을 받은 사건(20건)을 분석한 결과, 고통 받는 아이들의 참혹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린이집 교사 조모 씨(46·여)는 2012년 7월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가 점심을 먹다 토하자 토사물을 다시 먹으라고 강요했다. 점심을 늦게 먹기라도 하면 다른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밖으로 나간 뒤 아이 혼자 어두운 교실에 남겨두기도 했다.
교사가 의도적으로 아이를 집단 따돌림 시키는 사례도 많다. 김모 씨(35·여)는 2013년 9월 25일 아이의 부모가 교사의 보육을 지적하는 데 화가 나 수업시간에 해당 아이만 따로 멀리 떨어뜨려 친구들과 못 어울리게 하고, 식판을 복도로 내던져 혼자 복도 구석에서 쭈그리고 밥을 먹게 했다. 밥을 안 먹는 아이를 ‘못난이’라 부르고 모든 원생에게 이를 따라하도록 시킨 교사도 있었다.
아동복지법은 정서학대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훈육 차원의 행위와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렵다. 한 살짜리 여자아이에게 “너는 물티슈 안 가져오니까 똥꼬 닦던 걸로 닦아” 등의 언행을 일삼은 30대 여교사는 재판부가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 처분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정서적 학대 조항 적용에 대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나중 사이코, 소시오패스가 될 수도 있는 일은 유아기의 “정서상 학대받음” 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대책, 들끓는 여론에 밀려 땜질·급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이 현장에 즉시 출동하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과중한 업무량을 견디다 못해 이직을 신청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이곳에서 근무하는 상담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인프라 확충 없이 제도부터 시행하다 보니 현실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특례법도 이번 인천 송도 어린이집 학대 사건처럼 전 국민을 공분케 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만들어졌다. 들끓는 여론에 밀려 대책을 급조하면 ‘법 따로, 현실 따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수탁운영하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20일 “전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1개소고, 각 기관마다 상담원은 5~12명밖에 없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과 즉시 동행 출동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이나 기관의 확충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만 늘어나 우리 법인의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 발령을 요청하거나 그만두는 등 법 시행 이전보다 상담원의 이직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업무량이 많아 2014년을 기준으로 상담원 1인당 평균 72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평균 15명, 최대 20명의 아동을 맡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12월 말까지 3개월간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4249건에 달한다. 특례법 시행 1년 전(3127건)과 비교하면 35.9%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의심 사례 신고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과 기관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무량 과부하로 아동학대 예방 수탁법인들이 위·수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51개소로, 350여명의 상담원이 일하고 있다. 아동인구 20만명당(인구 100만명당) 평균 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돼 있는 셈이다. 상담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면적은 303㎦,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가깝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아동인구 10만명당 1곳씩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은 잘 마련돼 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1곳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전국에 229개 기관이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56개소까지 증설하고 2017년까지 44곳을 더 확충해 100곳을 만든다는 ‘소극적’ 계획을 세워 놓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은 그럴싸해도 집행 능력이 없다 보니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원 확충계획도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아동복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며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원 10명을 두기로 했지만, 공포된 개정 시행령에는 이 규정이 삭제돼 상담원 6명으로 후퇴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이 태부족이라는 것은 아동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즉각적인 위기 개입은 물론 어린이집 학대부터 가정에서의 폭력까지 사례별 관리와 예방 등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도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아동학대 문제를 끌고 가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없다”며 “지금은 신고 접수 후 출동하는 일마저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6796건 가운데 86.9%(5904건)가 부모와 친·인척에 의해 발생했다. 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는 389건(5.7%), 보육교사에 의한 학대는 298건(4.4%)으로 나타났다. 매년 늘어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과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