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13월세금 대란-정직하게 말하라
새해 봉급쟁이들을 화나게 만든 '연말정산 대란'은 '무상(無償)복지' 혜택만 내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세(增稅)'의 고통은 외면해온 정치권의 위선과 거짓말이 근본원인일 수밖에 없다. 납세자들의 화가 들끓자 정치권(여와야)은 긴급 대책을 발표하며 정부와 상대방을 성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사태의 본질이 복지 확대를 위한 '월급쟁이 증세'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납세자의 이해를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강변하면서 연말정산 세법 개정을 통한 사실상의 증세를 숨겨온 것이다. 여전히 "공제 방식 변경으로 세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세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하고있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 폭탄'이라는 여론이 들끓게 된 것은 정치권과 정부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라는 헛갈리는 용어들을 쓰면서 납세자들을 혼돈에 빠뜨린 것도 주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여론 악화가 우려되자 2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정면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증세의 진실에 대해 출범 초기, 지난 2013년 9월 연말정산 세법 개정안을 만들 당시, 그리고 이번 연말정산을 앞둔 작년 말까지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 현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헛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래서 세율인상 등의 정직한 말은 할 수 없었고, 근로소득자에 대한 연말정산에서 세제혜택 축소 등을 통해 사실상 증세를 한 셈이다.
막대한 복지공약 재원위해 '꼼수 증세' 매달릴 수밖에 없어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영·유아 무상 보육 등 막대한 복지 공약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했지만, '증세 없는 복지'라는 딜레마에 발목이 잡혔다. 이후 정부는 꼼수 증세에서 해법을 찾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2013년 세법 개정안이 공제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증세에 손을 댄 것인데도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부는 '근로소득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여야 공정한 세정'이라는 명분만 내세우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정부는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버렸다. 연말정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 19일 "원천징수를 늘려서 환급을 더 해주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다 하루 만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정부 시절인 2012년 9월 매달 직장인들의 월급에서 미리 떼어내는 원천징수 금액을 줄인 것을 유지하고, 지난해에는 한 번 더 낮췄던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다가 "원천징수를 많이 해서 환급이 많도록 하겠다"는 잔머리식 해법을 내놓았던 것도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더하여 정부는 연봉 5500만원 이상부터 세금이 더 늘어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개인별로 공제 내역이 천차만별이라 실제로는 5500만원 이하에서도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말정산 정책 설계에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세 부담을 좀 더 해도 되는 고소득층이라고 하는 연봉 5500만원의 직장인은 실제로는 중산층에 속한다. 5500만원의 연봉은 160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 가운데 상위 15% 정도에 해당된다. 그러나 정부가 실시하는 '가계 동향 조사'에서 4인 가구 기준으로 맞벌이가 아니라 가장만 소득이 있는 외벌이의 경우는 연봉 5500만원 정도는 상위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실이 이러하니 "왜 나 같은 중산층도 세 부담이 늘어나야 하느냐"는 불만이 폭발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불편한 진실'과 정면 승부를 걸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세금내서 애는 어린이집에서 폭행당하고 있다” 며 질타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