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용중인 백신, 구제역 막기 어렵다
8일 정부 청사 앞인 세종시의 돼지 농장에서 또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안성에서만 4건의 구제역 신고가 들어오면서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 여당이 현재 70% 수준인 백신 접종률을 100% 가까이 높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기관에서는 지금 한국이 사용하는 백신으로는 구제역 방어가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달에 나온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백신의 효능을 연구했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7월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샘플을 이 연구소에 보냈다. 연구 결과는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한 균주와 바이러스가 너무 달라서 이 백신으로는 구제역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신영/충북대 수의학과 교수 : 우리나라 바이러스와 정확하게 똑같은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거죠.]
농식품부는 지난해 이런 보고서 내용을 통보받았으면서도 축산 농가에는 알리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보고서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백신의 효능에 큰 문제는 없기 때문에 접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보낸 바이러스와 최근에 발견된 바이러스가 달라서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병한/농림축산검역본부 과장 : 현재 사용하는 백신은 고역가 백신이기 때문에 효능은 충분합니다. 지난해 7월에 발생한 바이러스와 진천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입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두 바이러스의 성질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백신의 효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상희/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 물론 다르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변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다르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죠.]
돼지사육 농가들은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 산하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퍼브라이트연구소가 국내에서 사용중인 백신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연구소가 지난 달 펴낸 보고서에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와 국내 접종 백신의 균주가 너무 달라 해당 백신으로 구제역을 막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는 것은 항원의 양이 많은 고역가 백신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면서 "7월 당시에도 백신을 접종한 축사 내의 돼지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구제역과 관련, 일선 농가에서는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한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백신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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