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구제역 방역, 상시 감시시스템 구축해야
4년 전 '축산 재앙'으로 불렸던 구제역 사태 당시 방역당국·지자체·농가들이 외쳤던 '철저한 방역'이 헛구호에 그쳤다. 일부 구제역 발병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50%를 넘지 못하고 확산 경로도 찾지 못하는 등 구제역 방역·예방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영천 화산면 양돈 농장의 경우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이 38%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조사한 경북도내 돼지의 백신항체형성률 66%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이 농장은 영천의 다른 농장에서 돼지를 입식했다. 입식 전 농가에서 2차례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했지만 입식 후에는 발병 전까지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 규정에는 어미돼지 분만 3∼4주 전과 새끼돼지 생후 8∼12주에 의무적으로 백신을 접종토록 하고 있다. 입식 후 추가 접종은 권장 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평소 입식 후 추가접종을 권장하지만 실제로 백신을 접종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며 "양돈 농가들도 돼지 목근육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고름 등이 생겨 고기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접종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 진원지로 꼽히는 충북 진천의 농가는 축산 대기업 위탁 농가로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률이 38%에 불과했다. 인근 같은 계열 농장은 16.7%에 그쳤다. 특히 이들 농가는 방역당국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인증을 받은 농장들이었다. 충북과 경기도는 축산 대기업들의 위탁 사육 농장이 많은 곳이다. 이에 따라 축산 대기업들이 돼지 스트레스와 상품성, 비용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에 소홀해 구제역이 확산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4년 전 구제역 사태의 진원지였던 경북 안동의 경우 구제역 매몰지 완전복구 선언을 불과 1개월 정도 남겨두고 구제역이 재발해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안동·의성의 농장과 지난달 30일 구제역이 발병한 경북 영천의 농장은 돼지 입식과 관련해 아무런 연관성을 찾지 못해 역학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들의 느슨한 구제역 관리와 농가들의 허술한 백신 접종 등이 구제역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구제역 백신 접종 시스템을 수정해야한다 의견도 제기된다.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과 의성 농가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각각 81%, 93.8%로 도내 평균(66%)보다 훨씬 높았지만 구제역 발병을 막지 못했다. 항체 형성률을 100% 가까이 높이지 않으면 구제역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4년 전 구제역 사태 이후 정부는 구제역 백신 접종 매뉴얼을 도입하면서 출산 전 어미돼지 1번, 생후 2∼3개월 내 새끼돼지 1번 등 2차 접종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차 접종을 의무화하고 상시 구제역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