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생법안 해넘기고도 처리불투명, 연금개혁·자원국조특위도 난항예고
해넘긴 14개 민생경제법안, 아직도 처리불투명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막바지 단계인 이번 주에 이른바 '이월'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놓고 다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지난해 핵심법안으로 설정한 30개 가운데 '부동산 3법'을 비롯해 지난 연말에 본회의를 통과한 16개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법안을 말한다. 14개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과 서비스산업 선진위원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학교 주변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강 마리나 점유·사용료 감면 등을 골자로 하는 마리나항만법,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개선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이용자 보호법, 국제회의산업 육성법,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신설하는 금융위설치법,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산재보상법, 하도급 범위에 중견기업을 포함해 보호범위를 확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도 포함돼 있다. 정무위, 기재위, 복지위, 교문위, 미방위,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인 이들 법안 중 상당수는 여야 간 이견이 적지 않아 그동안 처리가 지연돼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회가 4일 현재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여야가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12일까지는 주말과 휴일을 빼면 실제 닷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완구 원내대표가 "한 개라도 더 처리할 수 있도록 무릎을 꿇으며 야당에도 간곡히 부탁한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2일 안종범 경제수석이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거론하며 이들 14개 잔여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들 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가짜 민생법안'이라면서 의료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에 대해 사실상 처리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의료법(개정안)은 사실상 의료 영리화를 위한 법안으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관광진흥법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을 짓기 위한 것으로 재벌 특혜라는 평가가 많다"면서 "지난해 정부·여당이 주장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 이후 일자리가 과연 얼마나 늘었느냐"며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에 대해서도 "카지노 이런 것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인데 좀 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경제·민생 법안에 대해 이념적 색안경을 끼고 왜곡해서 보고 있어서 대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 14개 법안 이외에 북한인권법이나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도 해를 넘긴 주요 법안들이지만 역시 이번 임시국회내 처리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오는 6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계류법안처리 문제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연금개혁·자원국조특위 금주출범, 난항예고
국회가 이번 주에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와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를 본격 가동한다. 두 특위는 여야간 합의로 지난달 29일 구성이 의결됐지만, 인선을 둘러싼 진통으로 해를 넘기면서 100일의 기본 활동기간 가운데 일주일 넘게 허송했다. 두 특위는 금주 지각 출범을 하더라도 가동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위 구성부터 역할, 의제,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가 첨예하다 보니 벌써부터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연금특위 5일, 대타협기구 6일 '킥오프' 추진 = 연금특위는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가운데 이르면 오는 5일 첫 회의를 연다. 실무를 조율하는 여야 간사는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유력하다. 조·강 의원은 특위에 개혁안을 제출할 국민대타협기구의 공동위원장도 겸직한다. 대타협기구의 다른 의원 2명은 새누리당 김현숙,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이 위촉됐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할 공무원 단체 관계자도 곧 확정된다. 공무원연금 투쟁기구인 '공투본'은 5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여야가 2명씩 추천할 단체 대표 4명을 정한다.
김성광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은 4일 "국민정서상 대타협기구 참여에 무게가 실린다"며 "누가 들어갈지는 내일(5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와 대타협기구의 인적 구성이 대강 마무리돼 활동 궤도에 올랐지만,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특위 위원을 먼저 조속히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90일간 활동하는 대타협기구도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원진 의원은 "특위가 구성돼 대타협기구와 함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 구성이 덜되면 덜된 대로 월요일에 특위와 대타협기구 회의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특위 구성과 무관하게 대타협기구부터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타협기구에서 개혁안이 마련될 때까지 특위는 나설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강기정 의원은 "주는 걸 빼앗는 연금개혁의 핵심은 공무원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타협기구가 돌아가지 않으면 특위도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국조특위 5일 첫 간사접촉…증인채택 공방 예상 =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5일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새정치연합 홍영표 간사가 만나 국조계획서 작성 등 특위 일정 등을 조율한다. 국조특위는 조사활동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지와 증인 채택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대로 MB(이명박) 정부에 한정하지 말고 자원외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생산적인 국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MB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국조 초점도 MB 정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조 증인의 경우 야당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강조한 데다 정권이 총동원된 것을 세상이 다 아는 만큼 관련자는 모두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 전 대통령이나 최 부총리 등을 국조 증인으로 채택하는 게 단순한 '망신 주기'를 넘어 전·현 정권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전직 대통령을 망신주고 헐뜯으려 한다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리한 증인 채택이 국조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조특위 활동기간을 두고도 여당은 국조 요구서가 채택된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오는 12일 국조 계획서가 채택돼야 시작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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