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증거 인멸 지시 드러나…검찰, 구속 영장 청구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자신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이뤄지자 대한항공 고위 임원을 통해 사무장과 승무원 등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18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17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진술)들을 사전에 짜맞추거나 허위로 진술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을 대부분 확인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온갖 방법으로 사건을 감추고 덮으려 했다.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검찰은 대한항공 ㅇ상무가 미국 뉴욕발 A380 기내에서 벌어진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 사실을 파악하고도 피해자인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국토교통부 조사 등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종용하고, 이런 과정을 조 전 부사장에게 사전·사후에 보고·이행한 사실도 밝혀냈다.
당시 기내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이 비행기 못 띄워”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ㅇ상무 등 증거인멸에 관여한 고위 임원들도 차례로 불러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사무장 “사실 확인서 10번 넘게 다시 써”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17일 KBS와 다시 인터뷰를 갖고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서’를 10여 차례 다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측이 사건을 최초로 보고한 e메일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인터뷰에서 8일 국토교통부에서 첫 조사를 받은 뒤 한 대한항공 임원이 불러 “국토부에서 ‘승무원들이 작성해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국토부의 시간대별 항공 동선이나 내부 상황 관련 자료와 맞지 않으니 다시 써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해 10여 차례 다시 썼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가) 회사에 (확인서를) 작성해 가져오라고 얘기했고 나는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확인서를 작성했다”며 “과연 내 의지대로 작성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와 그 당시에 있던 관계자들은 (뉴욕 공항에 내린 후) 최초 보고 e메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택에 남겼다는 사과 쪽지도 공개했다. 수첩을 찢은 쪽지에는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써 있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쪽지를 받고) 더 참담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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