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정맞은 아줌마의 입이 온나라를 뒤흔들었는가?
(언론들도 청와대발 미확인 사실로 유령 소설쓴 꼴)
박지만, "조응천은 내 측근 아니다-'7인 모임' 중 4명은 몰라
검찰은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박지만 EG 회장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이며 '미행설'의 진위, '정윤회 문건' 유출 관여 여부, 정윤회씨 등과의 권력 암투설, 국정 개입 여부 등 네 가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행설' 진위
검찰은 박 회장과 정윤회씨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정씨의 박 회장에 대한 미행설을 우선 조사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 "박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윤회씨의 지시로 미행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다"며 "박 회장은 이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검찰에서 "시사저널이 뭔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보도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오토바이로 미행을 당한 적이 없고, 미행 받은 사실이 없으니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정윤회 문건' 유출 관여 여부
검찰은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박 회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박 회장이 '정씨와 청와대 십상시(十常侍)가 만나 국정을 논의했다'는 내용의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지난 5월 만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그쪽에서) 우리 부부 관련 문건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회장은 해당 기자로부터 자신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 주변 관련 내용이 들어 있는 청와대 문건 100여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청와대와 국정원 측에 문건 회수를 건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관련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박 회장도 청와대에 직접 건의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당시 문건이 박 회장에게 전달된 것을 두고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 등이 박 회장을 움직이게 하려고 자극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씨 및 청와대 3인방과의 권력 암투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이른바 조응천 전 비서관과 가까운 이른바 '7인 모임'의 실체에 대해서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자체 감찰 결과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 등이 참여한 '7인 모임'이 '정윤회 문건'을 작성,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조응천과 박관천, 전모씨는 아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내 측근이 아니다"면서 "청와대 감찰 파트에서 나를 관리하는 인사다. 캠프에서 그가 (먼저) 인사를 해서 (과거 마약 사건 당시 나를 담당한) 수사 검사였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가끔 밥 먹고 얘기하는 사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7인 모임' 멤버들이 박 회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3인방과 '궁중 다툼'을 벌이면서 박 회장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 개입 여부
박 회장이 실제로 인사 등 국정 개입 시도를 한 적이 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의 측근 1명을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데려오려 했으나 정호성 비서관이 강하게 반대해 실패했다"고 말했었다. 박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도 자신의 지인을 인수위원으로 추천했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군(軍) 인사 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누군가를 추천했다가 "앞으로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회장의 육사 동기나 일부 가까운 인사들이 승진에 도움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박 회장이 인사 등에 관여한 것이 확인될 경우 또 다른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
최순실 "이혼할 것 같다" … 이 말이 정윤회 문건 제보의 시작?
세간을 뒤흔들고 있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 담긴 내용이 어떻게 취합됐는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발단은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58·최서원으로 개명)씨로부터 이들 부부의 사생활을 전해 들은 여성 김모씨가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였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문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김씨를 소환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윤회 문건’ 진원지는 정씨의 전처 최순실씨를 언니로 불렀던 김모씨 등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붉은 원 안은 최씨의 서울 신사동 빌딩 5층에 입점한 김씨의 의류 가게 간판(2012년 4월 촬영). 현재 비어 있다.
검찰은 박관천(48) 경정이 지난 1월 작성한 정씨 동향 문건의 제보자로 박 전 청장을 지목하고 정보의 출처를 역추적해 왔다. 박 전 청장의 휴대전화 송수신 내역을 통해 김씨와 광고회사 대표, 음식점 사장, 정보 담당 경찰관 3~4명을 추려냈다. 김씨는 2012년께부터 이달 초까지 최순실씨의 서울 강남 신사동 M빌딩 5층에서 모피를 취급하는 고급 의류점을 운영해 왔다. 김씨는 박 전 청장과는 친분 관계가 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의 정보원 가운데 정씨 부부와 직접 접촉한 사람은 김씨가 유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건물주인 최씨와 가깝게 지냈다”면서 “최씨가 말해준 남편(정씨)과의 갈등, 이혼 고민 등을 박 전 청장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신에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다” “이혼하게 될 것 같다” 등 내밀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최씨와 정씨는 지난 5월 이혼했다.
박 전 청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최씨를 ‘언니’라고 부르는 김씨로부터 정씨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이 김씨에게만 말한 내용이 외부로 흘러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씨에게 화를 내며 “나가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달 초 점포를 비웠다. 검찰은 박 경정이 ‘십상시 회동’의 거점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의 J중식당 역시 정씨 부부가 가족 모임을 한 것이 김씨→박 전 청장→박 경정을 거치면서 비밀회동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정치인 모임 같은 건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씨 부부는 J중식당 대표가 과거 운영하던 청담동의 Y중식당을 딸(18) 등과 자주 들렀다.
검찰은 김씨 외에도 5~6명의 제보자와 박 전 청장, 박 경정 등을 거치면서 정씨 관련 풍문이 합쳐져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건 첫 페이지에는 ‘정씨가 강원도 홍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상경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 10일 검찰 조사에서 “홍천에 지인이 살고 있어서 가끔 들르는 건 맞지만 거주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객관적인 기록을 찾지 못해 정씨의 ‘홍천 거주설’은 잘못된 정보로 결론 내렸다. ‘오토바이 상경’은 정씨의 취미가 각색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고급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토 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편 최씨는 지난달 28일 문건 보도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최씨는 넷째 언니와 평소 자주 찾았던 서울 압구정동의 Y병원에도 발길을 끊었다. 이 병원 원장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따님이 어려운 와중에 금메달을 땄다며 좋아했던 것 외에는 사생활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지난달 이후 병원을 찾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경로는 박경정 반출 짐에서 출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을 포함해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들은 모두 한 갈래의 경로에서 출발해 유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에 퍼진 문건은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반출한 것 외에 다른 경로로 빠져나간 것은 없으며, 박 경정은 당시에 유출 문건이 외부에 유포된 과정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박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7인회'가 조직적으로 문건을 작성·유출·유포한 뒤 다른 경로로 문건이 퍼진 것처럼 청와대에 기만성 보고를 했다는 청와대의 특별감찰 결과도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전반에 관한 윤곽을 잡은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과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시절 작성한 문건들은 그가 지난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 비서관 비위 연루 의혹보고' 등 외에도 정씨와 '십상시'로 일컬어진 청와대 비서진이 비밀회동을 열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정윤회 문건'도 포함됐다.
그간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전날 청와대 유출 문건 경위보고서를 공개하고 "보고서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던 2명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문건 도난설과 관련 있는 내용이다.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 5월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접했다는 문건 100여건(박지만 회장 관련 문건)도 출처가 어디인지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파문의 발단이 된 '정윤회 문건'은 나머지 문건들과 다른 경로로 유출돼 세계일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여러 갈래의 유출 경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상황에서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각종 물증을 토대로 "청와대 밖으로 나간 문건 모두가 박 경정이 반출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이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경찰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작성한 문건들을 개인 짐에 담아 복귀처인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보낸 것이 유출 문건의 '원 소스'였던 셈이다.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 씨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보도돼 파장을 낳고 있다.
다만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 등을 비롯한 다수의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나 일부 대기업 등지로 문건이 흘러들어가는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경정의 개인 짐에서 문건을 빼내 복사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사망)·한모 경위를 거쳐 세계일보 등지에 퍼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가 문건의 일부 내용을 기사화한 지난 4월에야 문건이 외부로 퍼진 사실을 깨닫고 세계일보 기자를 만났다.
그는 해당 기자가 알려준 문건 입수경위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알렸고, 공직기강비서관실 오모 행정관이 이 내용을 경위보고서에 담아 지난 5월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가 전날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경위보고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는 문건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대검 범죄정보수사관 등을 거쳐 세계일보 등지에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해당 경찰과 수사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대검 수사관 등을 유출자로 지목한 이 내용은 최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건넸을 당시 출처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만든 얘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얘기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경위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최근 특별감찰 결과를 통해 파악한 '7인회'도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특별감찰 결과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오 행정관 등 7명이 문건 작성과 유출, 외부 유포를 주도했고 유포 행각을 감추기 위해 허위 내용의 경위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7인회 사건 주도설'의 핵심이 되는 경위보고서가 청와대를 속일 목적으로 작성된 게 아니라 유포 경로를 잘못 파악한 박 경정의 보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검찰은 '7인회'의 실체가 불명확한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로써 박 경정은 문건의 외부 유포에 관한 법적 책임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그렇더라도 그가 청와대로부터 문건을 반출한 사실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경정에게 "경찰에 복귀해도 박 회장 관련 업무는 날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조 전 비서관도 문건 반출을 묵인한 책임이 있는지를 놓고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문건 유출 경로의 전모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전모씨 등 '7인회 멤버'로 지목된 인사들을 불러 마지막 확인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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