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때문에 지방교향악단이 무슨 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박현정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간 '네 탓' 공방으로 서울시향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예술단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한 지자체의 교향악단 관계자는 14일 "서울시향 사태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막말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정 감독이 개인 일정을 위해 서울시향의 공식 일정을 변경하고, 개인 재단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폭로했다. 또 정 감독 아내가 집수리를 하는 동안 머물 호텔비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이런 주장으로 인해 국민들이 다른 교향악단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 감독이 오케스트라 저변 확대에 노력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 지역 시향 관계자는 "서울시향이 정 감독을 영입하고 질 좋은 공연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일로 지자체 교향악단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퍼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시향도 있다.
몇몇 시향의 경우 내년도 후원회원 모집 참여율이 예년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이들이 밥그릇 싸움까지 벌인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표는 서울시향 직원 초봉이 연 3000만원인데다, 실력과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지휘 한번에 4900만원, 10년간 14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클래식 확산을 위해 애써 온 지자체와 교향악단들의 노력이 도매금으로 폄훼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지방 교향악단 단원들은 연봉 1500만~2000만원을 받고도 주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지자체와 예술감독도 꾸준히 대화하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향의 경우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대진 예술감독과 지난 달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 감독은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은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왕과 '정명훈과 지안왕'을 협연했다. 공연을 보고 나온 주부 강주희(48)씨는 "문제가 있다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또 26, 27일 각각 '정명훈의 합창 교향곡'과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 공연을 갖는다. 정 감독은 27일 공연에 앞서 피아노 리사이틀도 한다.
감사원 서울시향 현장조사 마무리
박현정 대표의 인권침해 의혹이 폭로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시향에 대한 감사원의 현장조사가 마무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14일 "서울시향을 포함해 서울시와 소속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관운영감사의 현장조사가 지난 12일 종료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부터 서울시와 소속기관 10여곳을 대상으로 2년 주기의 정기 기관운영감사에 착수해 현장조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서울시와 서울시향에서 제출받은 회계장부를 근거로 예산운용 과정에서의 불법이나 방만 등 부정사례가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문제 소지가 발견될 경우 회계·법률 등 검토를 진행해 감사 결과 보고서에 반영하게 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서류를 샅샅이 조사해 문제점이 있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필요하면 추가 조사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박 대표를 상대로 한 대면조사는 생략됐고 인권침해 의혹도 다뤄지지 않았다. 박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 역시 직접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측은 이번 감사가 박 대표 관련 논란과 무관하게 시작된 회계감사로, 인권침해 의혹은 서울시 인권담당관실에서 다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계감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는 이미 모두 제출받은 만큼 별도의 대면조사는 불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볼 때 감사결과는 앞으로 이르면 2~3달, 늦으면 3~4달 지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