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경찰-세계일보-박지만-청와대 돈 ‘내부 문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문건 유통 경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 회장 이름이 등장했다. 문건을 입수한 세계일보 측이 지난 5월 박 회장을 만나 문건 100여쪽을 넘겼고, 이 문건들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오모 전 행정관을 거쳐 정호성(45)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까지 전달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주도한 정황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가 청와대 문건 유통 과정에 끼어 있는 자체로 주목을 끌고 있다.
청와대에 파견됐다 지난 2월 경찰로 원대복귀하던 박관천(48) 경정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자신의 짐을 엿새 정도 임시 보관했다. 이때 한모(44) 경위가 1000쪽 분량의 문건을 몰래 복사했고, 최모(45) 경위가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 일부 문건을 건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다만 조 기자는 지난 11일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문건 전달자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지난 5월 박 회장을 직접 만나 박 회장 측의 비위 내용 등이 담긴 100여쪽 분량의 문건을 전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다리를 놔 세계일보 기자가 박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자리에는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도 동석했다. EG 비서실, 육영재단 법무팀장으로 일했던 전씨는 박 회장과 조 전 비서관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측이 박 회장과 접촉하기 전에 조 전 비서관, 전씨, 박 경정 등과 사전 논의했을 개연성이 높다.
박 회장은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 측에 간접적으로 문건 유출경위 파악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남 원장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4월 청와대를 나오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오 전 행정관을 시켜 6쪽짜리 보고서와 문건 100여쪽을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오 전 행정관은 휴대전화로 찍은 문건 사진을 보여주며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는 감찰을 진행했으나 구체적 유출 경로는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도 청와대에서 빠져나온 일부 문건이 ‘세계일보→박 회장→조 전 비서관’이라는 경로를 거쳐 청와대까지 흘러간 기본 구도를 이미 파악했다. 다만 문건이 세계일보에 전달되기까지 과정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조 전 비서관 등이 뒤늦게 문건 유출 문제에 박 회장을 끌어들이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현재는 박 경정과 최·한 경위 등 경찰관들의 유출 혐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나머지 부분은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은 나머지 청와대 문건들과는 유출 경로가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경정이 정보1분실에 옮겨놨던 문건들과는 별도로 보관하다가 직접 유출했거나 제3의 인물이 유출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날 박 경정을 다시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오모 행정관 사표수리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작성 및 유출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이른바 '7인 모임' 중 한명인 오모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최근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오 행정관의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 행정관의 사표 수리는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해 최근 청와대 내에서 진행된 고강도 감찰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 박관천 경정 등과 함께 일하다 올해 8월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정윤회 문건' 파문이 터졌고 이달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문건'에 대해 "근거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난 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특별감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감찰 대상에 오른 오 행정관은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특히 오 행정관은 지난 4월 세계일보의 `청와대 행정관 비리의혹' 보도가 나왔을 때 청와대 내부에서 문건유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자 청와대 문건이 촬영된 사진을 들고와 "유출이 심각하다. 회수해야 한다"는 보고를 상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오 행정관은 사진의 정확한 출처에 대해 함구했으나 최근 실시된 감찰에서는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사진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 행정관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감찰 조사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서 서명을 강요받았지만 끝까지 거부했다"고 말해 진술 강요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내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EG회장 비서출신인 전모씨를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추천했는데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고, 이후 전씨가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 오 행정관을 조 전 비서관에게 소개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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