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은 위법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앞으로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다. 영업시간제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서울고법 재판부의 주된 판단 근거는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법령상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형마트를 용역 제공장소를 제외한 매장면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이면서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처분 대상이 된 점포가 매장 면적 기준으로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에 해당하지만,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집단'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코스트코와 같은 외국형·창고형 대형마트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한국형 대형마트에는 사실상 점원들이 매장 곳곳에 상주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현실적으로 한국형 대형마트 중에는 이 법에서 규정한 '대형마트'라고 판단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려면 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입법상의 문제뿐 아니라 영업규제의 실효성도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결론 냈다. 유통산업발전법 입법의 근거가 됐던 골목상권 보호가 실제적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공익적 측면이 존재한다고 보고 영업제한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해 온 그간의 법원 판결들과 배치된다. 상생보다 소비자 선택권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재판부는 실례로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로 인한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을 들었다. 맞벌이 부부들은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장을 보기 어렵고, 아이가 있는 가정도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구매환경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모여들도록 해야 할 것이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소비자 선택권을 가로막은 처분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골목상권 보호나 상생 등을 목적으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실질적인 입법취지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제한을 둘러싼 대형마트와 지자체간 싸움은 2012년 유통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유통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지자체의 이런 조치가 위법하다며 소송으로 맞섰고 1라운드에서는 대형마트가 거의 완승했다.
이에 지자체는 '오전 0∼8시까지 범위 내에서 영업시간제한을 명하거나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의무휴업일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강제성을 덜어내고 조례를 개정해 다시 영업 규제에 나섰다. 대형마트들은 바뀐 조례에 의한 규제도 부당하다며 2라운드 소송 전에 돌입했고, 이에 대해 그간 법원은 개정 조례에 따른 영업제한은 적법하다고 판결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받게 될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고법에도 현재 유사소송이 8건 계류 중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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