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자란 재벌2세면 이래도 되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을 둘러싸고 대한항공 측과 피해자 간 주장이 엇갈려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시 기내 상황과 관련한 새로운 주장들이 내부 관계자들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속속 제기되면서 땅콩 회항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검찰과 대한항공,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조 전 부사장은 뉴욕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일등석에 탑승해 ‘마카다미아넛’을 봉지째 건넨 승무원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며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불거지자 대한항공은 "마카다미아넛은 승객 의향을 물은 뒤 접시에 담아 건네는 것이 규정이었는데 승무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승무원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러나 대한항공 직원들이 이용하는 한 익명게시판에는 "원래 규정은 승객에게 마카다미아넛을 봉지째 보여주고 (승객이)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준다. 객실 승무원은 잘못이 없다"는 반박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설명은 한국 출발편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미국 출발편은 세관 등의 문제로 땅콩 등 음식을 보여주면 안 되게 돼 있다"며 "이런 내용은 조사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할 때 사무장이 기장과 협의했다는 대한항공측 설명에 대해서도 조종사 노조가 반박하고 나섰다. 조종사 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은 램프리턴이 기장과 협의 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언론에 발표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무장이 기장에게 '게이트로 리턴해야 한다'고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을 질책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이유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대한항공은 "사무장이 매뉴얼이 담겨 있는 태블릿PC 암호도 풀지 못하는 등 매뉴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다"고 사무장에게 잘못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을 고발한 참여연대는 "사무장이 태블릿PC 암호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100%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익명 게시판에도 "당시 사무장이 갤럭시 노트를 꺼내 부사장에게 규정을 보여줬고, 당황한 부사장은 무안한 상태에서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과 사무장의 무릎을 꿇게 한 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거나 한국에 도착한 직원들의 귀가를 막고 거짓진술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대한항공 승무원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일이 확실히 있었다고 한다"며 "탑승객 증언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쫓긴 사무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무릎을 꿇리고 삿대질과 욕설을 해 모욕감을 느꼈으며, 서비스 지침서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찍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한 "조 전 부사장이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나 이 비행기 못가게 할 거야'라고 말했고, 사측이 자신을 찾아와 거짓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폭행을 당했다는 사무장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