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국무회의, 수능출제 재검토, 혈세낭비 규명 촉구
박대통령, 수능출제방식 재검토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잇따른 문제 오류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신뢰 하락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이런 문제가 반복된 것은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는 만큼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수능 재검토 지시는 박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 말미에 나왔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능시험 출제 오류가 발생해 수험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시험 출제 오류는 수험생들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를 포함해 전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고 더 나아가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특히 “(수능 출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현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방식에 커다란 결함이 있다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대입전형 완료 후 성적 재산출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데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복수정답이 나온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다. 어찌됐든 이번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1994년 도입된 수능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판단과 후속조치에 따라 대폭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각종 규제를 언급하면서 “암 덩어리 핵심규제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했다. 또 ‘단두대’ ‘혁명’ 같은 강도 높은 표현도 많이 사용했다. 규제를 단두대(기요틴·guillotine)에서 처형하듯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각 부처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의 표현이 지나치게 강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한 말보다는 실천력 있는 이행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새로 출범한 것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혁신 바람도 주문했다. 국민안전처에 대해선 “조직 신설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선 인력부터 재난안전전문가를 확보하고 순환보직이 아니라 전문성 중심의 인사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사혁신처에는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하는 엔진으로서 공직사회에 내재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면서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공직인사 시스템을 시대 흐름에 맞게 개편해 개방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공직사회의 경쟁과 활력을 높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대통령, 국무회의서 '혈세 낭비' 규명 촉구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포함한 국민 혈세(血稅) 낭비 사례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우리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권이나 모든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없는 게 중요하다"면서 "과거로부터 내려온 방위사업 비리 문제, 국민 혈세를 낭비해온 문제들을 과감하고 단호하게 가려내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박 대통령은 방산(防産) 비리에 대해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그 척결 의지를 누차 밝혀왔던 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단 방산비리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부정부패로 국민 혈세를 낭비한 행위에 대해 환부를 드러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것(부정부패)은 타협될 수 없는 것"이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사업' 등 이른바 '사·자·방'을 염두에 둔 것처럼 들렸다. 특히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문제와 연계할 조짐이어서, 갈 길이 바쁜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야당의 요구가 예사롭지 않게 비쳤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편성된 첫 번째 예산안인 만큼 계획의 실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했다. 또한 다자(多者)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9~17일 간의 중국·미얀마·호주 순방 성과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이번 순방에서) 전 세계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을 생생히 봤다"며 "우리도 지금이 경제회생과 재도약의 '골든타임'이란 인식을 갖고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경제 활성화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거듭 역설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처럼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야당의 '비(非)협조'로 새해 예산안과 그 부수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경제 활성화'란 국정 목표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조 실시 여부도 예산안·법안 등의 처리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거론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의 오늘 발언엔 정치권 등을 상대로 최근 대내외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예산안 처리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야당이 요구하는 '사·자·방' 국조를 받을 지는 미지수다. 비록 전 정권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공무원들이 현직에 다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전직 대통령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도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방산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로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과 감사원의 '방산비리특별감사단' 등 공권력을 통한 철저한 진실 규명과 부패 척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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