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공부따로, 교과서 공부따로
일선 고교 교사들이 EBS와 연계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교사들은 19일 수능 변별력 상실과 출제 오류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EBS 교재를 지목하며 교육 현장을 파행으로 내몬 수능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능 난이도를 조율할 장치를 만들고 출제 오류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생명과학Ⅱ 8번 문항 출제 오류 이의 신청과 관련해 자문을 구했던 관련 학회들은 이날 “해당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의 답신을 평가원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원이 복수 정답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국어)는 EBS 교재와 학교 현장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수능에 출제되는 문항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다르다”며 “수능 국어 과목엔 교과서 지문이 나오지 않는데 학생들은 내신 때문에 교과서를 억지로 배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며 “교과서보다는 EBS 교재로 수업하는 학교가 상당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영어 교사도 “영어 과목은 EBS 연계율을 높이면서 과거 학력고사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험이 쉬워졌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EBS에 나온 지문을 외우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고교들은 수능을 잘 치르고자 EBS 교재 위주로 공부하는 ‘EBS 바보들’만 길러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현종 태릉고 3학년 부장교사는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쉬운 수능을 강조해 몹시 어려운 한두 문제로 당락이 갈리고 있다”며 “꾸준히 자기 실력을 쌓아 온 학생들이 시험 당일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망치는 등 단 한번의 실수로 당락이 좌우되는 수능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평가원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사는 “교수 출제 방식과 교사 검토 방식이 또다시 문제를 드러냈다”며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평가원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에서 불거진 교육과정평가원과 EBS수능교재의 문제 말고도 교과서로만 수능을 치를수도 없다. 국사, 사회과목 같은 경우, 좌편향 교과서의 교과서 시장 퇴출이 이루어지지않아 전국공통 평가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되풀이 ‘수능 출제오류’ 교육부, 평가원 ‘망신’
출제오류 이어 너무 쉬운 ‘물수능’ 지적,
교육당국 향해 비난 쏟아져
뉴데일리 보도에 의하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5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에 이어 출제 오류 후폭풍에 휩싸였다. 작년 치러진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 출제오류를 법원에서 인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교육당국은 부랴부랴 검토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올해도 출제오류 논란이 재현되면서 수능의 공신력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출제오류 논란이 일고 있는 문항은, 생명과학II 8번 문제와 영어 25번 문제다. 이와 관련해 평가원 홈페이지 수능 문제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수험생들의 댓글이 수천 건 넘게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과학탐구 생명과학II에 응시한 수험생 수는 원서접수 기준 3만 3,221명이다. 올해 수능 생명과학II 8번 문항에서,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답을 고른 수험생은 11%에 불과한 반면, 복수 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2번을 선택한 수험생은 무려 7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2번도 정답으로 인정될 경우, 약 2만 5,000여명의 수험생 점수가 2점씩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복수정답 인정 여부를 24일 밝힐 예정이지만, 입시업체들은 복수정답을 인정할 경우 전체평균이 1.5점 정도 상승해,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가 모두 달라지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올해 수능은 수학B와 영어의 난이도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자연계에서는 과학탐구 영역이 당락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출제오류 논란을 초래한 생명과학II 8번 문제는,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과정을 묻는 문제로, 74%의 학생들이 2번을 답으로 선택했지만, 평가원은 4번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수험생들은 ‘RNA 중합효소는 조절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설명한, EBS 수능교재 내용을 이의신청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영어 25번에 대해서도 출제오류 이의신청이 쏟아지고 있다.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은, 미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실태에 관한 도표자료를 보고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2012년 e-mail 주소 공개비율은 2006년의 3배 정도’라고 설명한 4번 보기를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수험생들은 5번 보기도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수험생들은, 문제의 5번 보기가 ‘휴대전화번호 공개 증가율’을 설명하면서, [18%P]가 아닌 [18%]라고 설명한 점을 출제오류의 근거로 보고 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가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를 혼동해 출제했다는 것이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17일까지 수능문제 이의신청을 받은 평가원은, 학회와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수능 출제오류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현되면서, 교육부와 평가원 등 교육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평가원은 지난 2004년 언어영역, 2008년 물리2, 2010년 지구과학1, 2013년 세계지리에 이어 올해까지 5번의 출제오류로 곤혹을 치렀다. 특히 올해 수능은 영어와 수학B 만점자가 속출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출제방식과 관리체계 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총리실 산하기관으로 있는 평가원의 위상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교육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을 70%이상으로 높인 것도 논란거리다. EBS교재는 교과서가 아닌 문제집에 불과한데도 생명과학 8번과 영어 25번 문제 등을 검증 없이 수능에 출제했다는 것이다. EBS교재는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은 외국교재를 그대로 인용해 지문으로 사용했고, 이 지문들이 그대로 수능에 출제되는 어처구니 없는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한 전문가는 “오류논란이 일고 있는 문항이 EBS교재 연계 문항인데, 평가원이 문제를 변형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영어문항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생명과학II의 경우는 인원수가 많고 3점짜리 문항인데다 오답률도 높아, 출제오류가 여부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제오류가 연례행사처럼 재현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수능 출제문항 검토위원이 출제진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그 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나아가 “검토기일도 4~5일 밖에 안 돼 현실적으로 오류를 짚어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검토위원수를 늘리고, 여기에 교수를 포함시켜 학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출제위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교수에게 문제 오류를 건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검토위원 중에도 교수를 적절히 배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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