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룡해, 러시아 방문, 왜?
북한의 최룡해 당 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17일부터 일주일 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최룡해는 이번 러시아 방문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진행한다.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것이 확인되며 다시금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실세임을 입증한 최룡해의 이번 특사 자격 방문으로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및 러시아가 이번 최룡해의 방문에 대해 정치대화 수준 격상, 통상경제관계 활성화 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포함한 양자 관계 현안과 상호 관심사인 일부 국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최룡해는 김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러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이에 앞서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지난 8일 드미트리 야조프 전 소련 국방장관의 90세 생일행사 참석차 러시아에 파견한 바 있으며 당시 현영철도 푸틴과 만난 바 있다. 북한은 올들어 나진-하산 관련 개발 진행, 루블화 결제 협약을 맺는 등 하는 등 러시아와의 경제교류 폭을 부쩍 넓히고 있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 러시아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 등으로 대외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최룡해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공교롭게도 두 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의 외면과 고립을 강요받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양국이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의 폭도 확대해 더욱 공고한 밀월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최룡해는 모스크바 방문에 이어 극동 하바로브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도 방문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최측근 실세인 최룡해 당 비서를 자신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절박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시동을 건 전방위 외교 공세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활로 찾기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9월 강석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제담당)를 유럽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아프리카에 보내 김정은체제의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려했으나 손에 잡히는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리수용 외무상도 지난 4월 동남아, 중동·아프리카를 돌며 50여일 동안 순방 외교를 펼치며 김정은체제 홍보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들도 이어졌으나 현재까지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최 특사 파견을 통한 북·러 정상회담 추진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이런 사면초가의 절박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2000년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 체결을 계기로 구 소련 해체 이후 소원해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 차례, 드미트리 메드베네프 대통령과 한 차례 등 모두 네 차례나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북·러 공동선언’(2000년)과 ‘북·러 모스크바 선언’(2001년) 등이 도출됐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가 없는 김정은 체제로서는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며 “서방권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러시아로서도 북한을 활용해 강대국 위상을 차지하고 동시에 남북한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러 관계의 개선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북·중정상회담 제의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외교 공세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는 할아버지 시절의 방식을 쓰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힘의 크기가 엄연히 다른 데다 중국이 도와주지 않는 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는 양자 차원의 관계 개선과는 다른 국제적 비핵화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출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러시아도 북한의 핵실험 당시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