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보다 중으로 기우는 외교?, 박대통령, 반기문 조우
"미국보다 중국으로 외교 기울어" 논란?… 청와대, 진화 나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10~11일)에 잇따라 한·중,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12일 아세안(ASEAN)+3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얀마 네피도로 이동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펼친 외교를 비교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사(傾斜)론'을 제기하는 등 여진(餘震)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네피도에 도착하자마자 민경욱 대변인이 '반박' 브리핑을 갖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실제 한·중, 한·미 정상회담 시간은 30분과 20분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성과와 형식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중 정상회담은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란 굵직한 성과를 도출해 '북핵 공조' 등 기존 이슈에서 공감대를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보다 풍성해 보였다.
또한 한·중 정상회담은 관계 장관 등 배석자 10여명과 함께 진행한 공식 회담이었던 반면, 한·미 정상회담은 외교 관련 참모 2~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파에 앉아 단둘이 얘기하는 '약식 회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은 열리기 직전까지 시간을 확정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의 형식이 상식과 관례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민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은 APEC 정상회의가 빡빡한 일정의 다자 회의라는 점을 감안해 편안한 형식의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을 추진했다"면서 "두 정상은 11일 회담 외에도 APEC 기간에 네 번 만났고, 친분과 신뢰 관계는 돈독하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회담 형식을 문제 삼아 중국 경사론을 펴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 전문가들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도 "미국은 동맹이라, 안 만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사이가 아니다"며 "반면 중국은 우리와 이해관계가 다르고,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미국과는) 촌수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원만치 않던 한·중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대중 외교에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대미 외교가 소홀해졌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과 딜(거래)을 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우리와 같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은 대표적 일본의 선전·선동"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나빠지자 일본은 미국을 향해 '한국은 리틀 차이나(Little China)'란 선전전을 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일본의 시도가 미국 조야에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인식"이라며 "미국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울어졌다'는 의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동맹과 경제협력을 따로 떼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 동맹에 큰 차질을 빚지 않는 경제협력 사안 등은 중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대통령, 미얀마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조우
제9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제17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얀마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최근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조우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주재로 이날 저녁 미얀마 네피도 시내 '미얀마 국제회의센터(MICC)'에서 열린 EAS 갈라만찬 자리에 나란히 참석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네피도에 도착해 네란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갈라만찬에 참석했고, 반 총장도 아세안의 초청을 받아 이날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유엔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만찬에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두 정상은 만찬 시작 전 참석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만찬장 중앙 무대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눴다. 일각에서는 두 정상의 만남이 다소 어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 정상의 만남은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2∼24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래 50일 만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반 총장 관저에서 반 총장과 면담하고 반 총장 내외,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만찬을 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13일 오전 열리는 EAS에도 나란히 참석한다. 반 총장은 EAS에서 유엔 업무와 관련한 국제 현안에 대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18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브리핑할 예정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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