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부패, 무너지는 안보
통영함 장비 제작업체 "가격은 고작 2억원"
감사원이 해군의 통영함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ull Mount Sonar·HMS) 41억원 구매에 대한 감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해당 HMS 제작업체가 이 장비 가격은 2억500여만원(18만8000달러)이라고 직접 확인하는 이메일을 장비구입 5년뒤인 지난 6월 방사청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이 중개업체에 41억원이나 주고 이 장비를 사기 전 간단한 사실 확인만 거쳤더라도 국고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모 언론에 따르면,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서에 방사청 산하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11일 HMS 제작업체인 미국W사에 HMS(모델명 MS3850) 가격을 문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국방기술품질원과 W사는 HMS의 정확한 기종을 묻는 이메일을 한 차례씩 더 주고받았다.
W사는 1주일 뒤인 같은달 18일 'HMS의 총가격(Total price)은 18만8000달러'라는 내용의 견적서를 국방기술품질원에 보냈다. 방사청이 41억원에 사온 장비를 제작업체가 2억원대라고 반박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방사청은 2009년 이 장비를 W사를 통해 직접 구매하지 않고 '하켄코'라는 중개 업체를 통해 41억원에 사왔다. 하켄코 대표는 검찰의 통영함 비리 수사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6월 제작 업체인 W사에 직접 가격을 의뢰한 것은 당시 감사원이 방사청에 해당 장비의 가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지금까지 수차례 "HMS 구매 당시엔 이 장비가 개발 중인 장비여서 가격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고만 밝혀왔다. 이에 따라 장비 구매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구매 목표가를 하켄코사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잡았다.
김 의원은 "방사청은 이미 6월에 해당 장비의 적정 가격을 통보받았지만 국정감사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HMS 등 통영함 관급 장비의 가격 산정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감사원과 방사청 모두 아직 HMS 가격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고 있지 않는 상태다.
검찰, 통영함 비리, 현직 해군으로 수사 확대
통영함·소해함 장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방위사업청의 군 관계자들을 연결해준 혐의(알선수재)로 체포된 전직 해군 대령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고 수사를 현직 해군관계자들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통영함·소해함에 장착될 장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국내 방산업체 O사의 부사장인 김모(61) 전 대령에 대해 6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5일 김 씨를 체포해 이틀째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김 전 대령의 뇌물수수 액수는 5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령은 해군 조함단 사업처장 출신으로 미국 방산업체 H사의 강모(43) 대표로부터 4억여 원의 금품을 받고 H사가 방위사업청에 음파탐지기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강모 H사 대표 등으로부터 김 전 대령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해군사관학교 29기인 김 전 대령이 H사와 당시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 핵심 관계자들을 연결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령을 상대로 H사의 다른 장비 납품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또 다른 납품업체나 군 관계자가 연루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전 대령은 황기철 현 해군참모총장의 해군사관학교 3년 선배로, 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던 황 총장은 H사의 납품 계약을 최종 결재했다. 검찰은 무명 업체였던 H사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10여 건의 계약을 성사시켜 2000억 원대 해군장비를 납품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전 대령이 다른 계약에도 관여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황 총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