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심재판, 검찰패소,즉각 항소방침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단죄에 앞장선 검찰이 1심 재판 과정에서 떠오른 3대 쟁점에서 모두 졌다. 재판부는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지적하며 승무원들에게 적용된 상당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기호 기관장의 살인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됐지만 크게 다친 동료 승무원 2명을 구조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결과였다. 박 기관장을 포함해 이준석 선장, 1·2등 항해사 등 4명에게 적용된 승객살인 혐의는 모두 무죄판단이 나왔다. 핵심 판단 근거는 선장의 퇴선명령 유무였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퇴선명령에 대해 재판부의 답은 "있었다"였다.
조타실 승무원 5명이 "선장이 퇴선지시를 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입을 맞춘 것"이라고 공방했다. 재판부는 이에대해 정황상 퇴선지시가 있었고 검찰은 의심할 뿐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고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1970년 남영호 침몰사고 이후 34년만에 침몰선박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기소는 결국 무리했던 것으로 판명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번째 쟁점이었던 수난구호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도 승무원 15명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난구호법 18조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입법취지 등으로 미뤄 세월호처럼 조난선박 자체에 탄 승무원들이 아닌 충돌 등의 경우에서 상대방 선박 승무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수난구호법 해당 조항을 전제로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선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무죄가 선고됐다. 특가법 위반혐의는 선장, 당직 항해사와 조타수 등 3명에게 적용됐다. 선장의 경우 주요 죄명인 살인, 살인이 무죄로 인정될 때에 대비해 1차 예비적으로 적용된 특가법 위반혐의가 차례로 무죄 판결이 나오고 2차 예비적 혐의로 적용된 유기치사·상이 간신히 인정됐다. 그나마 유기치사·상 혐의는 기소당시 선장에게 적용되지 않았지만, 재판부의 권고에 따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적용한 것이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사고 지점이 좁은 수로 또는 사고 위험이 큰 곳이어서 선원법 9조 상 선장의 직접 운항 지휘 의무가 있는 구간이었는지 판단에서도 검찰은 체면을 구겼다. 검찰은 애초 사고 지점이 협수로라고 주장했다가 "폭이 10㎞가 넘는다"고 변호인이 반박하자 "사고 위험이 있는 구간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재판부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사고 구간은 폭이 넓고, 당시 바람과 파도도 잔잔했으며 조류 속도도 느렸다"며 "다른 배 통행도 없어 직접 지휘 의무가 없었다는 선장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구형량과 비교해도 1심 선고 결과는 검찰에게 불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장에 대해 사형, 살인혐의가 적용된 다른 3명에 대해 무기징역, 나머지 11명에 대해 징역 15~3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선장에게 징역 36년, 기관장에게 징역 30년, 1등 항해사에게 징역 15년, 나머지 12명에 대해 징역 5~10년을 선고했다. 특히 선장은 상당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유죄 인정된 죄명에 대한 최고 처단형인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검찰로서는 '솜방망이 판결'이라고 지적할 만한 처지도 못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검찰은 선고 후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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