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2년만에 정상회담, 시진핑 4대원칙 거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역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오전 11시54분(현지시간)께부터 약 25분간 대화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취임 후 회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2년 반 만에 성사된 것이긴 한데 양국 국기가 있는 테이블의 정상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NHK에 따르면,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악수했다. 시 주석은 이때 굳은 표정을 한 채 아베 총리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회담 개최 사실은 사전에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 간의 이번 만남에 대해 "일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회견'(會見ㆍ회동)"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일본 측의) 요청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한 아베 총리와 회견했다"고 밝혔다.
SBS 화면캡쳐
발표문에서 시 주석은 "중일은 서로 이웃국가로서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는 대일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한다"면서 "중일 간 4개 '정치문건'의 기초 위에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향한다'는 정신에 따라 중일 관계의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중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누구의 잘못인지)은 명확하다"고 말해 양국관계의 갈등 원인을 일본 측이 제공했다는 입장을 사실상 명확히 했다.
그는 양국이 양국 관계 처리 및 개선에 관한 4대 원칙에 관해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일본이 이 합의사항의 정신에 입각해 관련 문제를 잘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 문제는 13억 중국인민의 감정과 관련이 큰 문제이며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의 대국과도 관계된 문제"라면서 "일본이 양국간 합의한 정치문건과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정부가 밝힌 약속을 준수할 때만이 비로소 아시아 주변국과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안정적이고 건강한 중일 관계 구축은 시대의 진보란 조류에 반드시 순응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걷고 *신중한 군사안보 정책을 채택하고 *이웃국가와의 상호신뢰를 증진하는데 유리한 일을 더 많이 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 수호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평화 발전은 일본과 세계에 중요한 기회"라면서 "일본은 양측이 달성한 4개항의 공동인식을 실현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이를 새로운 기점으로 삼아 일중 간 전략적 호혜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결심이 돼 있다"면서 "현 일본 정부는 역대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에 관해 밝힌 '인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할 것"이라고 말한 뒤 중국의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국과 일본이) 세계 제2, 제3의 경제대국으로서 협력하면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을 위해 양국의 책임을 함께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따라 일본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표명했다.
그러나 두 정상간의 이번 만남에서 현안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문제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일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일중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에 다시 선, 관계 개선의 제1보(步)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담 내용에 언급, "(동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해상 연락 메커니즘을 가동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사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 6∼7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협의를 거쳐 성사됐다. 양 국무위원과 야치 국장은 센카쿠 열도 문제와 역사인식 등에 대한 4개 항의 합의를 함으로써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양국 국기와 테이블을 놓고 정식으로 진행됐다기보다는 쇼파에 앉아 접견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식 정상회담으로 보기에는 약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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