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도 안남은 자원외교, 1조원 부채도 떠안아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부실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1조원이 넘는 부채까지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석유공사는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메릴린치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하베스트 인수건 외에 2건의 물량을 별도 계약 없이 몰아줘 '권력형 비리'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어이없는 1조원 부채인수…갈수록 밑 빠진 독
정부가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오일샌드를 다량 보유했다며 캐나다 에너지업체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석유공사가 2009년 당시 부채 비율이 2,000%였던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투입한 돈은 4조 3,000억 원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당시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하베스트의 부채 1조 1,000억 원 가량을 함께 떠안기로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하베스트에 들인 돈은 5조 4,000억 원 정도로 급증했다. 하베스트는 자금회수율이 매우 낮아 이 가운데 상당금액이 허공으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이 가운데 하베스트사의 요청으로 계획에 없이 인수한 자회사인 날(NARL·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은 인수대금 1조 3,000억 원에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까지 합치면 총 2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매각이 진행 중인 날의 예상 매각 가격은 600억~7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야당 관계자는 "이건 껍데기만 남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껍데기도 없는 회사를 인수한 꼴이 됐다"며 "정상적인 인수과정이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국정조사 의지를 밝힌 이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의 증언과 자료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새누리당이 여야를 떠나 부패비리 척결에 동참하는 것만이 국민의 의심과 분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 것"이라며 국조에 대한 압박수위를 연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하베스트 등 현지를 직접 방문해 비리 의혹을 파헤칠 예정이다.
'MB집사 아들 근무' 메릴린치에 물량 몰아주기
석유공사는 또 청와대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메릴린치에 대해 물량을 대거 몰아주기도 했다. 부실 자원외교의 가장 큰 의혹 중 하나인 하베스트 뿐 아니라 미국 앵커와 이글포드 영국의 다나 등도 메릴린치가 자문을 맡아 거래가 성사됐다. 메릴린치와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부좌현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당시 메릴린치 김영찬 서울지점장이 속칭 이명박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아들이었다"며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석유공사가 지난 5년간 총 18조 원대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12조 이상이 메릴린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투자에 따른 회수율이 5% 안팎에 그치고 있는 전형적인 '국부유출'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계약 이후 다나와 이글포드 등 다른 두건에 대해선 별도로 자문 계약을 맺지도 않으면서도 자문료는 건별로 총 2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애초 하베스트 건으로만 계약을 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자원개발 인수합병(M&A)에 대해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건별로 별도의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기업이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하면서, 개별 사업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용역을 주는 게 상식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욱이 자문사 선정 과정에서 메릴린치는 10개사가 참여한 1차 계량지표 평가에서 하위에 머물렀으나 심사위원의 주관이 들어가는 비계량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로 2차 평가에 올라간 것으로 국감에서 확인되면서 '정권 개입설'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 번의 불투명한 자문사 선정으로 메릴린치는 내리 3건의 자문계약을 따낸 셈이기 때문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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